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 있어선 안 됐던 오프닝

2020. 9. 3. 23:35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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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2편 이후 후속작들과 달리 제임스 캐머론 감독이 복귀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후속작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작품입니다.

허나, 제임스 캐머론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시작했고, 그 충격적인 오프닝을 다시금 보면서 되새겨 봅니다. 


20세기 폭스 타이틀이 올라오면서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 나왔던 사라 코너의 정신 병원 취조 테이프 장면을 보여줍니다. 심판의 날이 1997년 8월 29일 동부표준시간 새벽 2시 14분에 올 걸 알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기에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둔 것.

사실, 정부는 이미 1편에서 T-800의 잔해를 회수해서 연구하고 있었고, 정말 미래에서 왔다고 할 수 있던 물건이라 사라를 입막음 시키기 위해 정신 병원에 가둔 셈이죠.

취조 장면이 끝나고, 어두운 바닷가로 화면이 전환됩니다. 파도에 모래와 자갈이 떠밀려가면서 서서히 해골이 드러나는 장면은 사라의 말대로 인간들이 멸한 미래가 왔음을 보여줍니다.

인간들이 기계한테 사냥당하는 절망적인 미래가 펼쳐집니다.

T-800이 숨어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사살하려는 순간.

화면이 새 하얗게 되는 것으로 미래가 바꼈음을 암시합니다.

원래 예정된 1997년의 심판의 날이 지났음에도 인류는 무사합니다.

CG로 재현된 젊은 사라 코너.

사라는 예정된 심판의 날을 막았으며…

아들을 무사히 지켰다는 독백을 하며 평화로워진 세상을 만끽합니다.

그때, 사라 뒤에서 한 거구의 남성이 다가옵니다.

이미 사라진 미래에서 T-800이 또 한 대 보내진 것인지, 사라지기 직전에 보내진 것인지 불명이나 또 하나의 T-800이 나타납니다.

존은 T-800을 보고 몸이 굳은 존 코너.

뭔가 이상함을 직감한 사라.

T-800은 숨겨둔 산탄총을 존 코너를 향해 발포합니다.

뒤늦게라도 T-800을 향해 총을 쏘며 존이 죽는 걸 막으려는 사라.

허나, T-800에게 내동댕이쳐지고…

존 코너는 사라가 보는 앞에서 사망하고 맙니다.

어린 아이가 죽는,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지요.

총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T-800.

사라는 수 억의 인류를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아들 하나 못 지킨 자신에 한탄하며, 존이 죽으면서 자신의 존재도 사라졌다는 독백으로 타이틀이 올라옵니다.


보시다시피, 상당히 문제가 많은 시작입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은 기존 작품에서 존 코너가 미래의 희망이라는 걸 내세웠고, 주인공 사라 코너가 존을 지켜야하는 당위성과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헌데,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존 코너란 존재를 시작부터 내쳤습니다. 그동안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찌질하게 묘사된 적도 있지만, 인류의 희망과 구세주의 위치로 자리매김했던 존 코너를 허무하게 죽여버렸지요.

설사, 존 코너를 죽이고 다니엘라 라모스에게 그 역할을 준다해도 꼭 이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른이 된  2019년의 존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니엘라 라모스에게 스승 같은 위치로 있다가 다니엘라를 지키기 위해 Rev-9과 싸우다 죽는 장면을 그려도 문제 없을 법한데, 제임스 캐머론 감독이 노망(…)이라도 나서 이런 전개를 밀어 붙였는지 여전히 불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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