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stay night [헤븐즈 필] 제 3장 스프링 송 - 후기

2020. 11. 19. 21:39애니메이션/F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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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Fate/stay night [헤븐즈 필] 제 3장 스프링 송> 개봉이 5주차가 돼서야 후기를 작성하게 된 로즈 나이트메어입니다. 1장인 <프레시지 플라워>를 통해 타입문에 가볍게 입문을, 2장 <로스트 버터플라이>에서 본격적으로 타입문 덕질을 시작했고, 3장 <스프링 송>에서 그토록 염원한 결말을 보게 됐습니다.

타입문 계열 덕질은 아직 새내기 수준입니다. 마토 사쿠라란 캐릭터를 알게 된 건 조금 오래됐고 그때부터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만큼 애정을 쏟게 될 줄은 몰랐어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캐릭터지만,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마성의 캐릭터일까요? 그런 사쿠라를 히로인으로 다루는 <헤븐즈 필> 루트의 마지막 장에 대한 짧고 긴 후기를 뒤늦게 작성하게 됩니다.

당연하지만, 3장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습니다. 일부 극중 이미지는 전부 일본서 오라온 필름 장면을 이용했습니다.


스토리

스토리는 당연히, 원작 <Fate/stay night>를 따라가지만 지난 작품들처럼 많은 각색이 이뤄졌습니다. 매편 2시간 정도의 분량, 총 여섯 시간의 러닝 타임이라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것을 넣고 적절하게 축약했습니다.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지만, 여러모로 여섯 시간 분량에 최대한 많은 걸 담아냈고 잘 각색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헤븐즈 필>이란 스토리가 원래부터 미완의 스토리였다는 단점은 여전합니다. 그동안 1장 <프레시지 플라워>와 2장 <로스트 버터플라이>에서 시로와 사쿠라의 관계를 충분히 잘 다뤄줬지만, 3장 <스프링 송>의 사쿠라는 적이면서 구해줘야 할 대상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대부분은 언니인 토오사카 린이 맡기에 시로와 사쿠라의 관계 묘사가 적어졌습니다. 거기다, 루트 자체가 사쿠라 루트+이리야 루트라는 결과물이라 3장만 보면 이리야가 히로인처럼 나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그런 루트적 한계를 고려해도 감독 스도 토모노리가 3장까지 사쿠라를 중점으로 스토리를 잘 다듬어준 편이기에 만족도는 높습니다.

연출

ufotable의 연출 실력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기에, 매번 감탄했습니다. 그림자를 받아들여 능력을 사용하는 사쿠라의 묘사, 에미야 시로가 성해포를 풀고 나인즈 라이브 블레이드 워크스를 사용하기까지의 아처와 만나는 장면등 여러모로 원작을 초월한 연출이라고 호평을 합니다. 물론, 원작 자체가 2004년도 야겜(…)인 걸 생각하면 뭘해도 원작 초월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감독이 사쿠라빠로 유명한 스도 토모노리 감독이라 그런지 사쿠라 묘사에 많이 공들인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캐릭터의 감정과 그림자 마술을 처음 사용하면서 묘사되는 기이함을 잘 표현했습니다. 극장판의 추가 요소로 설명을 할 때 린처럼 행동한다던가, 화가 났을 때 뺨에 새겨진 영주가 눈까지 올라가 피눈물처럼 연출되는 것도 포인트.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자꾸 중요한 장면에서 사쿠라의 가슴과 엉덩이가 옷의 가운데 줄 하나를 먹고 있는 장면이 나와서 집중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프레임 단위로 보는 라이더의 마안 개방 장면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제일 수혜를 많이 받은 건, 역시 라이더, 메두사일 겁니다. 그동안 라이더는 다른 루트에서 썩 좋지 않은 취급을 받은 걸 생각하면, 주인인 사쿠라와 함께 <헤븐즈 필> 루트 최고의 수혜자 중 하나지요. <로스트 버터플라이>에서 버서커와 세이버 얼터의 전투가 힘 싸움 위주였던 것에 반해, 라이더와 세이버 얼터의 전투는 치고 빠지는 빠른 움직임과 다양한 기술(마안, 괴력)을 사용해 벌이는 싸움은 그동안 영상화된 <Fate 시리즈> 작품 중에서 최고의 연출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린과 사쿠라 자매의 싸움과 화해 역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출 역시 훌륭했습니다. 린은 원작처럼 사쿠라를 죽이는데 망설임이지 않고 '그 대사'도 각색 없이 그대로 나오지만, 카드 게임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린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동생을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연출 역시 훌륭했습니다. 관객을 상대로 9 원페어를 내며 순진하게 웃는 어린 사쿠라를 상대로 풀하우스를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최종적으로 린이 동생을 죽이지 못하는 걸 관객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는 연출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래도 투페어도 아니고 풀하우스는 너무 말도 안 돼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원작에서 린이 보석검을 쓸 때마다 힘줄이 잘려나간다는 페널티가 있었는데, 극장판에선 그런 부분을 삭제해서 장기전으로 가면 린이 불리할 수 있다는 여지가 없어진 부분?

시로와 코토미네 키레이의 마지막 싸움은 보는 사람에 따라 아쉬움이 오가는 장면입니다. 다 죽어가는 두 사람의 싸움답게 맨주먹으로만 싸우는 장면이 일품이라 개인적으론 만족하지만, Vita 판 오프닝만큼의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역시, 새로운 장면 추가됩니다. <Fate/Zero>의 아이리스필 폰 아인츠베른이 성배의 문을 닫고 들어온 이리야를 마중해주는 연출이 추가되어, 게임판과 달리 이리야는 키리츠구와의 오해를 풀고(2장) 어머니의 배웅을 통해 구원 받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성우 연기

그동안 성우진들이 <Fate/stay night> 본편과 스핀오프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캐릭터를 맡았기에 10년 지기 캐릭터를 연기해서 성우들의 연기는 정말 역대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돕니다. 나날이 발전한 캐릭터 해석, 샤우팅, 비명, 신음 등 연기력이 더 올라간 상태에서 녹음한 작품이라 그런지 Vita 판 음성을 들으면 밋밋할 정도. 특히나 마토 사쿠라 역의 시타야 노리코 성우의 연기는 게임판과 비교하면 게임판이 너무 밋밋할 정도로 연기 방식의 차이가 큽니다.

추가 요소

라이더와 사쿠라의 그림자 사역마

2장 <로스트 버터플라이> 때부터 작은 그림자 사역마가 나옵니다. 혼자서 춤에서 못 끼거나, 린을 데려올 때 다른 그림자들은 잘난 체하는 것과 달리 혼자서 린 옆을 따라가는 모습, 혼자만 린과 싸우지 않고 벌벌 떨는 모습을 보이고, 마지막엔 앙리 마유와 계약이 해제됐으면서도 사쿠라의 옷이 돼주고 후일담 파트에서 함께 사는 등, 유독 혼자만 딴판으로 다니는 그림자 사악마. 그림자 사역마들은 사쿠라의 감정이 반영된 상태라 흑화한 사쿠라의 심리를 반영해 다들 잘난 체를 하는 것과 달리, 이 그림자는 사쿠라의 미숙한 마음 내지 동심을 표현한 개체입니다. 사쿠라의 미숙한 마음이 투영된 녀석이라 그런지 선한 마음을 드러내는 개체기도 하지요.

이 작은 그림자 설정은 본래 <Fate/hollow ataraxia>에서 취소된 설정을 가져온 것인데, 사쿠라에게 일종의 스탠드 같은 꼬마 그림자 사역마를 달아주려 했던 걸, 약 15년 만에 살린 셈입니다.

카메오 출연이긴 하지만, <공의 경계>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아오자키 토우코가 등장합니다. 뒷모습 분이긴 하지만, 특유의 붉은 머리와 포니테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

결말

선행 공개된 이미지들처럼 2년 후 사쿠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새로운 디자인은 타케우치 타카시의 아이디어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가 부연 설명 없이 캐릭터의 변화를 알 수 있게끔 새롭게 디자인되었지요. 마토의 저주에서 풀려났듯이 머리색과 눈색이 옅어지고 동공이 생겨난 건 새롭기만 합니다.

어른이 된 사쿠라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일본식 공동묘지에 추모를 하는 묘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짧게나마 속죄 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덕분에, 당시 나스 키노코가 미쳐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사쿠라가 '마지막에 성공한 악당'처럼 보일 법한 요소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엔딩이 노멀과 트루를 갈팡갈팡하다가, 린과 사쿠라가 마술사가 제작한 인형 육신을 통해 시로가 돌아옴으로써, 트루 엔딩으로 진행됩니다. 시로의 부재중, 자매가 세계를 여행하는 묘사가 있는데 사쿠라가 여행 중에서 계속 들고 있던 새장은 시로의 영혼이 물질화된 것이 담겼던 것. 사쿠라는 시로와 계속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걸 쭉 챙기고 다니는 장면은 놓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ufotable 카페 굿즈 이미지

원작에서 린이 사쿠라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장면. 린은 복잡한 표정으로 사쿠라에게 질문을 하고 사쿠라는 고민 끝에 행복하다고 답을 하고 나서야, 린 역시 안심합니다. 앞서 추모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쿠라가 '성공한 악당'처럼 보일 수 있던 요소를 없애기 위해 짧은 고뇌 장면을 추가한 것으로 봅니다.

원작의 트루 엔딩 CG 장면과 달리, 사쿠라는 꽃놀이를 하러 가는 도중 도로 표시선에서 멈춥니다. 직접한 것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원인인 사쿠라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상의 행복을 누려도 되는가 고민하는 장면이지요. 그렇게 고민하는 사쿠라는 함께 나아가 줄 시로가 있음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함께 발을 내딛으며 <헤븐즈 필>의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결말은 키 비주얼과 달리, 두 사람은 손을 잡지 않고 함께 나아갑니다. 처음엔 키 비주얼과 다르게 끝나서 약간의 의구심을 품었으나, 두 사람은 이제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아닌 연인으로서 함께 나아가는 것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놀라게 됩니다.

이 부분은 원작과 타스쿠오나가 연재하는 <헤븐즈 필> 만화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인데, 세이버가 "사쿠라는 시로가 있을 때면 정상이 되며, 언제까지 사쿠라를 지켜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쿠라 혼자 자립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극장판에선 이 대사가 생략되서 결말의 전황을 전혀 몰랐답니다. 세이버의 말처럼, 결말의 사쿠라는 그동안 보였던 성숙한 모습의 어린 마음가짐이 아닌, 성숙한 모습에 걸맞은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마토 사쿠라의 팬이라 생각했지만, 사쿠라를 보호한다는 점만 생각했던 입장이라 부끄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켜주는 것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성장시켜줘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습니다.


벚꽃을 보러가는 결말 장면을 구성한 굿즈 이미지.

극장판 <헤븐즈 필> 3부작은 그동안 어른의 사정으로 부족한 점이 많던 게임의 헤븐즈 필 루트를 훌륭하게 각색했고, 뭔가 찝찝할 수 있던 결말을 완벽하게 해결해준, 마토 사쿠라를 위한 헌신작이었습니다. 감독부터가 1세대 달빠인 동시에 사쿠라 캐릭터 해석을 논문 하나 만들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지 본작품을 짧게 정의하자면, 사쿠라의, 사쿠라에 의한, 사쿠라를 위한 헌정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언급했듯이 이리야 루트가 섞인 물건이라 3장 한정으로 이리야가 히로인 아니냐는 말이 오고 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합니다.

p.s.

리뷰는 2회차를 시작한 4주차 부터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이 있어 5주차에 재관람을 해서야 이렇게 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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