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신기한 경험

2021. 4. 11. 20:23자유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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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디 오션 헌터 The Ocean Hunter>에 대해 알아보던 중, 해당 게임에 출연하는 신화 속 괴수들의 이름을 딴 보스 몬스터들에 대한 설명을 하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알고 있는 괴물들에 대한 지식을 떠올리면서 게시글을 내리는 중, 어느 그림에 깜짝 놀라 잠시 동안 사고를 멈추게 됩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괴물이 아닌 사람의 얼굴(특히 눈)이 그려진 것에 깜짝 놀라, 잠깐 동안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 하고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제가 본 그림이 인간을 그린 것이 아닌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를 그린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메두사의 후대 전승 중 하나를 체험한 기분이 들어 원본 그림을 찾아보게 됩니다.

해당 블로그에 올려진 그림에는 그림의 출처가 적혀 있지 않아 원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 결과.

 

George Patsouras

Professional Freelance Illustrator.

www.artstation.com

프리랜서 아티스트 조지 패트소라스 George Patsouras의 원본 그림인 것을 찾게 됩니다. 메두사가 후대 전승을 통해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추가되긴 했지만 그에 걸맞은 미모를 묘사한 그림이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 눈만 봤을 때 사고가 멈췄던 것은 메두사의 후대 전승처럼 그 아름다운 미모를 보고 굳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되돌아봅니다. 메두사가 실제로 있었다면 눈을 쳐다보는 것으로 상대를 석화시키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 미모와 보석이 빛나는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는 것으로 상대가 생각 없이 빤히 보게 만든 뒤 죽인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저 그림에 일시적으로 홀린 것이 아닐까, 그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가 메두사의 눈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나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으로 그려진 메두사를 빤히 보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 했다는 경험은 실제 메두사에게도 동일하게, 그 이상의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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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레디머스2021.04.11 20:37 신고

    포세이돈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메두사를 탐했다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다는 전승 혹은 본인의 미모가 여신 아테나를 넘어설 정도로 아름답다고 자화자찬했다는 전승을 보면 변형 전엔 아름다운 게 정설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후는 좀 모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합니다.

    괴물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해서 모습을 숨겼다는 일화가 있는가 반면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한 것 외에는 아테나의 사제였을 시절의 미모는 그대로 였다는 전승이 혼합되어서 전승되는 걸 보면 이쪽은 말말말이 많지 않았을까 하네요.


    P.S: 괴물이 된 이후에 숨어지낸 것을 보면 특별한 악행이 없었음에도 굳이 메두사를 찾아 온 희생자들이나 신들이 메두사를 퇴치하기 위해 빌려준 아티팩트가 많은 것을 보면 당시의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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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로즈 나이트메어2021.04.11 20:55 신고

      알아보니, 제일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메두사의 외모는 완전히 괴물로 여겨진 것 같습니다. 미모 설정과 강간이 추가된 것은 오비디우스의 '변신'을 기점으로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모가 추가됐다는 설정이 좀 더 흥미로운 부분이지요. 포세이돈과 엮여 아테나에게 저주를 받은, 나름 비극적인 일화가 인상적이지요.

      p.s. 말씀처럼 괴물이 된 이후 직접적으로 뭔가를 했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신기합니다. 메두사가 사람을 먼저 습격했다는 전승이 없던 것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죠. 확실히 괴물이 된 메두사는 일종의 마녀사냥 속에 희생된 인물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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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Gloomyink2021.04.17 21:55 신고

    어쩌다 눈이 마주쳤는데 딱 얼어붙다니, 메두사의 눈의 위엄은 현대에서도 잘 먹힌다는 게 증명된 셈이겠네요. 저 분의 일러스트가 '여왕' 이라는 이름 뜻에 걸맞듯 고혹적으로 강렬하게 잘 그려진 덕도 있겠지만 후기 전승의 매력을 이만큼이나 잘 살린 일러스트도 드물다는 걸 생각해보면 원본 모델-화가-보는 사람 셋이 잘 통했다고 봅니다ㅎㅎ

    p.s. 사족이지만 메두사의 눈이 엄청 단순화되어서 그리스와 터키 지방의 부적으로 변했다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를 생각해보면, 메두사는 파란 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s.2. 메두사의 전승에서 의외로 많이 생략되어서 아쉬웠던게 날개+이족보행 설정과 페가수스의 어머니라는 설정이었죠. 대다수의 창작물에선 <타이탄의 멸망>의 영향 때문인지 활들고 다니는 라미아로 자주 나오니까... 페이트 시리즈에선 이걸 어떻게든 살렸으니 나름 납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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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로즈 나이트메어2021.04.17 22:02 신고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메두사 그림과 눈을 마주치고 얼어붙다니… 21세기에도 메두사의 위엄은 여전한가 봅니다.

      '지배하는 자', '여왕'이란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매혹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일러스트라 그랬는지, 모델-화가-보는 사람의 3박자가 잘 맞아서 그런 효과를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p.s.1. 나자르 본주… 전혀 모르는 이야기에요. 새로운 지식을 알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p.s.2. 생각해보니 메두사의 피에서 페가수스가 태어났었죠? 이걸 살리기 거시기 해서 그런지 말씀하신 영화 <타이탄의 멸망>처럼 활 쏘는 이미지가 강해진 느낌이지요. 그러고 보니 Fate 시리즈는 나름 그 이미지를 살린 편이기도 하군요? 처음엔 좀 납득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