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슈슈를 떠나보내며

2024. 1. 2. 22:58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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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생각지 못한 순간이 찾아오는 법입니다. 2024년은 새해 첫날부터 큰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는 와중, 1월 2일 오전 9시 30분 경. 키우던 사모예드 슈슈와의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고작 8살이 막 시작된, 한 해의 시작이었는데 말이죠.

경위는 이렇습니다. 어머니가 슈슈를 데리고 산책을 가던 중, 근처 공장의 개가 나타나 슈슈와 어머니 앞에 나타나 사납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해당 공장은 휴일이었고 강아지를 방치하고 간 나머지 탈출한지도 몰랐던 것. 슈슈는 그 개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어머니는 쓰러진 슈슈를 지키려고 개를 쫓아내시다 다치셨습니다.

일하던 중이던 저는 뒤늦게 현장에 갔지만, 슈슈는 이미 숨진 상태였는지 혀를 내밀고 있었다고 듣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그걸 몰랐기에 병원에 서둘러 가면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쇼크사로 사망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원래 심장이 좀 약한 건지는 알기 힘드나, 2023년 12월 건강검진 당시에 아무런 이상이 없던 아이었음에도 이렇게 떠나보낸다는 것이 좀 처럼 믿겨지지 않습니다.

결국, 오후 16시 경에 애완동물 장례식 업체를 통해 장례식을 보내게 됩니다.

생전에 먹던 사료와 간식, 목줄, 장난감.

헌화용 국화를 바치며.

2010여년대 들어서 장례식장 역시 한 가지 기념할 것이라 촬영하는 문화가 일부 형성되었던 탓에, 저도 떠나 보내기 전 일부 촬영을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기 전의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블로그 글에는 그런 자료 보다는 같이 보내는 물건들만 올리게 됐습니다.

슈슈에게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나. 혼란스럽구나. 애정을 준 존재가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다니.

 그 동안 많은 작품을 보면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보내는 상실감을 머리로만 알고 가슴으론 이해 못 했는데, 이제서야 가슴으로 알 게 된 것 같아.

 우리 가족에게 있어 슈슈가 있어서 정말 행복했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돼.

 더 많은 시간을, 더 좋은 날을, 비록 함께 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네가 있어서 정말 고마웠어.

떠나보내기 전 기회가 되었기에 슈슈에게 보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쓸 기회가 있어, 좋지 못한 필력이나 편지를 썼습니다.

<왓 이프…?>의 닥터 스트레인지 슈프림과 <더 플래시>의 플래시

저는 늘 창작물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캐릭터들의 상실감을 머리로만 이해했지,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시로 든 닥터 스트레인지 슈프림플래시/배리 앨런 모두 소중한 이들을 잃은 상실감을 갖고 있고, 이를 없던 일로 돌이기 위해 세상에 큰 영향을 주더라도 소중한 이의 죽음을 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런 심리 보다는 논리나 이성적인 사고관을 우선시했던 탓에 이런 캐릭터들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했었는데, 슈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내보내게 되니 저 역시 진심으로 저 두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 둘처럼 그 순간에만 너무 얽매이면 안 됩니다. 이에 대한 해답과 제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글 마지막에 덧붙이게 됩니다.

영정 사진 중 하나.

해당 업체의 경우 마당에 뼛가루를 뿌리고 묫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 그런 형태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 상처 때문의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야. 우리가 바로잡을 필요는 없어. 옛날의 비극에 얽매이지 마."
- 영화 <더 플래시> 배트맨

영화 <더 플래시>에서 배우 벤 에플렉이 맡은 배트맨의 마지막 대사 중 하나를 떠올립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우리는 이것에만 얽매일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 상처가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고, 우린 더 나아가야하는 일이니까요.

슈슈의 예상치 못한 사고는 누구도 알 수 없었고 현장에 계셨던 어머니 또한 자책하실 필요가 없다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그 상황에서 슈슈를 지키기 위해 다른 개의 접근을 막기 위해 노력하셨기에, 슈슈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셨으니까요.

2024년의 첫 글은 새해 인사 글이 아닌, 우울한 글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슈슈 사진을 블로그에 자주 올리던 것은 아니었지만, 몇 번이나마 본 적 있으신 분들이 계신 만큼, 이렇게 슈슈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을 쓰는 것이 맞다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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