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 22:39ㆍDC 코믹스/영화
2019년 10월의 기대작 중 하나인 <조커>는 현 DC의 유니버스 영화들과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변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영화입니다.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불안과 비판이 많았던 작품인데, 가장 큰 이유는 조커의 정체를 확실히 공개하기 때문.
조커라는 캐릭터가 만화책에서부터 정체불명을 고수하는 편이고,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 조커가 인상이 깊었던 탓인지, 조커의 정체는 불명이라는 것이 상징처럼 여겨지는 점이 있었기에 그럴 겁니다.
다만, 대놓고 정체가 밝혀진 조커가 없는 것은 아닌데, 만화 <킬링 조크 Killing Joke>처럼 조커 본인이 직접 부정하는 경우나 모호하게 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체가 밝혀진 조커가 딱 셋이 존재합니다…라고 하기엔 DC 코믹스의 만화책과 미디어 매체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아주아주 마이너한 것들까지 들어가면 어마어마하게 불어나긴 하지만, 미디어 매체가 나온 작품들을 골라 딱 세 조커를 뽑아봅니다. 이하의 글은 조커가 등장하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 바람.
1989년 영화 <배트맨>의 조커
지금의 히어로 영화를 구축할 수 있었던 역사적인 히어로 영화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공포 영화 <샤이닝>의 도끼빌런 쟈니로 유명한 잭 니콜슨이 맡은 조커는 영화 <배트맨>에서 그 탄생 과정을 그려내는데, 본명은 잭 네이피어.
본 영화의 조커와 배트맨은 서로가 서로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관계인데, 본작의 토마스 웨인과 마사 웨인을 죽인 것이 바로 잭 네이피어이기 때문. 그리고, 배트맨이 된 브루스 웨인은 화학 공장에 있던 잭 네이피어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화학 약품 통에 빠지게 되어 조커로 재탄생점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게 되는 기묘한 괸계를 형성합니다.
꽤나 매력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이 설정 탓에 '이루지 못한 복수 때문에 괴로워하는 배트맨의 고뇌'를 망쳤다는 점이 있습니다.
팀버스 <배트맨> 애니메이션의 조커
1990년대 중반부터 방영했던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조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로 유명한 마크 해밀이 성우로서의 커리어를 알린 배역으로, 상당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팀 버튼의 영화 <배트맨> 직후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그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때문에, 극장판에서 조커의 과거가 그려지는데, 잭 네이피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마피아 조직원이었고, '브루스 웨인의 전 약혼녀 앤드리아의 아버지를 살해한 갱단의 암살자'로 나옵니다. 이후, 조직을 나와 자신만의 조직을 차리고 에이스 화학공장을 터는 과정에서 배트맨과 대치하다가 화학약품통에 빠져 조커로 변하게 됩니다. 팀 버튼의 설정을 조금은 비틀었다고 할 수 있지요.
비록, 본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 과거가 꽤 명확하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기제했습니다.
<플래시포인트>의 조커
플래시가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이벤트를 그린 <플래시포인트>의 조커는 다름 아닌 브루스 웨인의 어머니인 마사 웨인. 역사가 바뀌어 조 칠이 죽인 것은 브루스의 부모님이 아닌 브루스 웨인이 되었고, 토마스 웨인이 조 칠을 제압하지만, 마사 웨인은 브루스의 죽음에 미쳐 조커로 변한 비극적인 세계를 그려나갔습니다. 아들의 죽음에 분노한 토마스 웨인은 배트맨으로 변해 악당이란 악당은 무조건 죽이는 공포의 사자로 변했으나, 가족인 아내만큼은 죽이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메인 스토리의 조커가 아닌, 다른 세계상의 조커이긴 하지만, 그 정체가 명확히 그려졌다는 점에서 이렇게 기제합니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원작부터 정체를 상정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꽤나 골 때리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아서 플렉'과 같이 그 이전의 정체성을 가진 조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문에서 언급했듯이 <킬링 조크>에 나온 조커의 과거는 조커 본인이 스스로 부정했다는 점에서 빼기는 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스토리 라인이라는 점에서 본문에서 빼냈다는 것이 아쉽긴 합니다.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만화 외의 미디어 매체에서 정체가 밝혀진 컨셉의 조커를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라서… 드라마 <고담>은 제롬 발레스카와 제레미아 발레스카라는 조커가 아니라고 했으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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