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3. 21:53ㆍDC 코믹스/애니메이션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에 실망했나요? 진짜 할리 퀸이 주연인 작품을 보고 싶어요? 성인용으로? 그렇다면 2019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할리 퀸 Harley Quinn>을 추천합니다!
시즌 1이 끝나고 쓰는 애니메이션 <할리 퀸>의 후기. 매번 주말을 즐겁게 해 준 애니메이션이랍니다. DC 작품들 중 이례적으로 완벽하게 성인용 취향의 딥하고 다크한 세계관을 그리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리전 오브 둠 같은 악당들이 공기업으로 나오고 유치원 교사가 악당 졸병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막장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할리 퀸의 황홀한 삶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야기와 캐릭터
본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할리 퀸의 새로운 정체성 찾기입니다. 할리 퀸이란 캐릭터가 1992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배트맨 Batman the Animatied series>에서 조커의 사이드킥 캐릭터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였던 걸 시작으로, 쭉 조커와 땔 수 없는 관계의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이번 작품에선 할리 퀸이 자신을 이용해먹기만 하는 조커를 떠나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는 것을 보여줍니다.
시즌 1에서 할리 퀸의 이야기는 조커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팀을 만들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나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팀원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장면들도 여러모로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다음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할리와 포이즌 아이비의 관계입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에서도 서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관계였는데, 본작에서 이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서로가 서로를 성장할 수 있게끔 마련해줍니다. 포이즌 아이비의 경우, 인간 혐오 때문에 입이 걸걸한 면도 있지만, 절친 할리를 통해 인간적인 면을 차차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둘의 우정이 레즈…까진 아니더라도 로맨스가 느껴지는 두 사람의 우정이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큼, 조커에서부터 벗어나는 것과 함께 본작에서 중요시 다루는 요소랍니다.
할리의 팀은 워낙 개성적인 캐릭터들 투성입니다. 만화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볼 수 있는 비주류 캐릭터로 구성되었는데, 배트맨 악당 계열인 클레이페이스, 상어 인간 악당인 킹 샤크, 원더우먼의 적 중 하나인 닥터 사이코, 할리 퀸 단독 작품에서 처음 등장했던 사이 보그맨이 한 팀입니다.
캐릭터도 닥터 사이코를 제외하면 다들 악당치곤 순하게 바뀐 면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계열 연극을 맡는 클레이페이스, 조금 순한 컴퓨터 너드로 바뀐 킹 샤크, 조금 정신 나간 노인네지만 생각 외로 도움이 돼주는 사이, 말 잘못해서 주류에서 비주류로 몰락한 닥터 사이코. 다들 기존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유하게 묘사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슈퍼 악당으로 분류되는 캐릭터들이라 가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할리 퀸이 본질적으로 배트맨 계열 악당인 만큼, 배트맨과 짐 고든이 안 나올 수가 없지요. 배트맨이야 우리가 흔히 알던 캐릭터성을 보여주지만, 고든 청장은 보시다시피 살짝 맛이 간 캐릭터로 나옵니다. 이 작품의 고든도 원래는 우리가 잘 아는 유능한 분이지만, 고담시의 들끓는 범죄자 무리에 고생하고 가족 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덕분에, 카페인 중독은 기본이고 상당히 히스테리컬 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때문에 배트맨을 한편으론 마음의 안식처라고 여기지만 배트맨은 직장 동료라고 끊어서 말할 정도라 여러모로 일생이 기구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배트맨은 다행히 왜곡되어 나오진 않지만, 직장 동료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짐을 친구처럼 여기고 싶어하는 면도 있고, 개초딩으로 나오는 데미언 웨인 로빈의 가정교육 때문에 조금은 고생하기도 하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주연은 아니지만, 베인을 좋아하는 만큼 추가로 덧붙입니다. 기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볼 수 있던 스페인 억양을 쓰는 베인이 아닌,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톰 하디 베인의 목소리를 패러디한 베인으로 등장합니다. 캐릭터도 많이 각색되었는데 힘과 지능이 뛰어난 캐릭터가 아닌 조금 단순한 면이 있지만, 은근히 소녀 감성이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덕분에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단점?
그놈의 유리 천장… 사실 이 부분은 아주 크게 다뤄지는 요소는 아닙니다만, 보기에 따라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긴 합니다. 워낙 요즘 들어 이쪽에 관련된 부분이 문제시되기는 하지만, 이건 그냥 지나가는 대사에서 끝나는 장면이긴 합니다.
사실 저도 이 장면을 기점으로 이거 계속 봐야 되나?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베인의 시원한 대사 한 방 덕분에, 위 장면에서 그냥 대사 이상의 가치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동심 죽이기
워낙 저세상 컨셉의 작품이라 그런지, 동화 속의 캐릭터를 꺼내는 악당 퀸 오브 페이블이 꺼낸 살아있는 쿠키 마크의 행보의 충격을 안 받을 수 없었습니다. <슈렉 시리즈>의 생강빵맨을 기점으로 살아있는 과자 캐릭터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쿠키가 매춘을 한다는 점에서 충격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몸 파는 쿠키라는 정신 나간 대사 때문에, 제정신이 온전한가는 생각을 할 정도로 충격이 컸답니다…
진짜 단점
고어함
이미지를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고어한 연출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 이런 쪽에 내성이 없는 분들은에게는 이 특유의 고어함을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고어합니다. 사진도 함부로 올리기 힘들 정도로 고어한데, 장기자랑은 기본으로 나오고 상상 이상의 고어함에 경악을 안 할 수가 없을 겁니다. 특히, 1화부터 적나라하게 뼈가 부서지는 것을 시작하는데 오히려 그 정도는 약과일 정도로 고어함을 보게 되니 시청을 한다면 주의를 바랍니다.
결론
심각한 수준의 고어함이 진입 장벽이 되지만, 그걸 넘어서면 상당히 재미난 애니메이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기존의 슈퍼 히어로 작품들을 비틀어 놓았고, 성인 취향의 애니메이션임에도 만화의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들 덕분에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세상이 워낙 엉망진창인지라 악당들이 TV 쇼에도 출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중들의 여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들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작품이라 기존에 보던 코믹스 기반의 미디어 매체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할리 퀸이 어떻게 성장하느냐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모에와는 거리가 멀지만 정을 안 줄 수가 없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만큼, 신선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을 드립니다.
기존의 DC 애니메이션은 물론, 디즈니에 인수된 마블 코믹스 기반의 애니메이션들에선 절대 볼 수 없을 잔인함으로 무장한 덕분에 더욱 독특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비록, 실사화에선 여전이 마블에게 밀리고는 있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책에선 여전히 우위를 가지는 DC 코믹스 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고어함은 내성이 생길거 같으면 그 다음엔 상상을 초월한 고어함에 구역질이 나긴 하지만, 시즌 1이 무사히 끝났고 4월에 방송할 시즌 2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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