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5. 01:01ㆍ트랜스포머/G1
일전의 글에 이어 마지막 이야기를 합니다.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G1>의 핫 로드의 잘못인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핫 로드의 잘못인가를 확실하게 끝맺음 짓는 건 우리가 아는 어른의 사정을 정리하는 것이겠지요. 이번엔 어른의 사정을 살펴보며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료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의 '트랜스포머' 에피소드 자료 일부를 사용합니다.
장난감 판촉을 위한 전개
영화 <트랜스포머 더 무비>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에서 명작으로 취급받고, 트랜스포머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기반을 확실히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는 태생부터 장난감을 팔기 위해 만든 작품이었기에 장난감 판촉을 위해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합니다.
해즈브로는 1984년 당시 처음 출시된 트랜스포머 제품을 전부 없애버리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기존 장난감은 이미 잘 팔렸던 만큼, 새로운 장난감을 팔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기존 캐릭터를 없애고 새로운 캐릭터를 활약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알겠지만,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처럼 상당히 위험한 전략입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도루묵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지요. 아시다시피, 시퀄 시리즈 같은 경우는 전작 캐릭터 대우부터 개차반이었기에 첫 스타트를 제외하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고 많은 팬들을 떠나보냈지요. 근래에 드라마로 상승세라는 말을 하는 팬들이 있는데, 스타워즈는 근간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가 성공하지 않는 이상은 성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서 해즈브로의 판매 전략 때문에 영화 각본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G1의 인기 오토봇 캐릭터 아이언하이드, 프라울, 라쳇과 같은 인기 캐릭터들은 영화가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죽임을 당합니다(재즈는 운 좋게 살아남긴 했지만, 시즌 3의 성우의 작고로 영고 라인에 들어갑니다). 이는 옵티머스 프라임도 마찬가지라서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 즈음 옵티머스 프라임이 죽고 맙니다.
다큐멘터리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에서도 해즈브로 관계자들은 이렇게 회상합니다. 당시, 극장에서 상영한 극장판을 봤던 어린 시절의 관계자들을 비롯한 영화를 본 모든 아이들에게 영원한 상처만 주게 됐습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성우 피터 컬른 역시 메가트론 역의 프랭크 웰커와 함께 대본을 봤을 때 아쉬운 일이라는 말을 했지요.
옵티머스 프라임을 대체할 수 없던 이유
옵티머스 프라임의 부재는 단순히 주인공의 부재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선 생소한 부분이지만,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토봇들에게 잘해주고 화를 내지 않으며 멋대로 하는 에어리얼봇들이 한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인도해나가는 등의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당시 미국의 어린아이들에 겐 이상적인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옵티머스 프라임의 죽음은 단순히 주인공의 죽음이 아닌, 이상적인 아버지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었기에 많은 극장의 관객들에게 눈물과 슬픔을 가져온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때문에, 로디머스 프라임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대체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합니다. <더 무비>에서 막 프라임이 되어 갈바트론을 무찌르고 유니크론을 무찌리는데 큰 공을 세웠고 연설도 잘하는 등 차기 사령관의 모습에 걸맞게 행동하지만, 시즌 3에선 전임자의 부재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으며 핫 로드 때의 자신감은 상실하고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됩니다. 부하들한테 화를 내기도 하고 부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모습은 전임자 옵티머스와 비교되지요, 마치, 아버지의 그늘에 있던 아들이 초보 아빠가 된 것처럼 아버지 일을 벗어던지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좀비로 부활한 옵티머스에게 매트릭스를 넘겨 책임감을 회피 하려는 모습과 스턴티콘의 기습에 당해 매트릭스를 잃어버렸을 때 책임에서 도망치려는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인 모습이에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결국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이고 마주하는 모습 역시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로디머스의 캐릭터는 현실적이고 성장하는 아버지상을 그렸지만, 이상적인 아버지인 옵티머스를 대체할 수 없었습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당시 옵티머스를 잊을 수 없던 시청자들에겐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되지 못했지요.
작품 외적으론 <더 무비> 이후로 트랜스포머의 장난감 판매율도 떨어지고, 급기야 옵티머스 프라임을 살려내라는 요청 탓에 시즌 3 막바지에 옵티머스 프라임을 부활시킬 수밖에 없었지요. 로디머스 프라임의 성장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감행했기에, 로디머스는 애매한 캐릭터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마블 코믹스판 역시 옵티머스가 부활하나, 핫 로드로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남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각본 문제
"왜 우리가 디셉티콘이라 불리는지 알려 주마. 그리고 메가트론이 가장 위대한 디셉티콘임을!"
1부에서 봤던 <더 무비>의 초기 각본을 옮긴 마블 코믹스판 만화를 참고하시면, 핫 로드가 끼어드는가의 여부와 무관하게 옵티머스는 메가트론의 비겁한 수에 당해 치명상을 입습니다. 메가트론의 대사도 훌륭합니다. 디셉티콘이 왜 디셉티콘인지, 수장으로 군림하는 존재가 왜 메가트론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초기 각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영상이 만들어졌다면, 핫 로드는 별다른 비난 없이 성장형 사령관으로 무사히 될 수 있었겠지만…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싸움에 무모하게 끼어들어 도움이 되긴커녕, 오히려 인질로 잡혀버리는 바람에 영화 개봉 당시는 물론, 트랜스포머의 36주년이 된 올해까지 전 세계의 트랜스포머 팬들의 욕을 먹습니다. 일단, 옵티머스 프라임이 죽게 된 외적 원인은 윗 문단에서 설명하듯이 완구 판촉 때문이었지만, 작품 내적으로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핫 로드는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기존 캐릭터를 죽여야 했다지만, 핫 로드에게 이런 일을 한 것은 영화 제작진들의 문제가 큽니다.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싸움에서 핫 로드를 끼어들게 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핫 로드는 메가트론의 기습을 맞은 옵티머스를 보호하려 싸움에 끼어든다. 메가트론은 프라임과의 싸움에서 부상이 크나, 여전히 오토봇 하나는 제압할 수준의 힘을 가졌기에, 핫 로드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안간힘을 쓰나 핫 로드는 결국 메가트론에게 내팽개쳐진다. (후략)
이런 식으로 핫 로드의 모습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위협을 무릅쓴 아들로 빗댈 수 있고, 힘이 부족했기에 아버지를 끝내 구할 수 없었던 아들의 비극적인 모습을 투영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성장한 아들(로디머스 프라임)이 아버지의 아버지의 원수와 맞서 싸우며, 아들이 아닌 아버지로서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를 그릴 수 있었을 겁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괜찮은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 텐데, 왜 이런 각본이 됐는지 알 수 없지요.
제작진은 핫 로드를 통해 선의가 꼭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그리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2부에서 소개한 바뀐 역사를 토대로 한 <디비테이션> 코믹스에서 핫 로드의 선의의 행동이 악영향을 가져와 울트라 매그너스, 스프링어, 알시, 퍼셉터가 죽은 것을 생각하면 핫 로드는 큰 실수를 통해 그걸 딛고 성장하는 캐릭터로 그린 것으로 보이나, 너무나 큰 실수를 안겨줬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번외
재밌는 건, 옵티머스를 구하는데 실패한 핫 로드와 달리 다니엘 윗위키는 아버지 스파이크 윗위키는 물론 범블비, 재즈, 클리프점퍼까지 살리는 데 성공합니다. 물론, 이 장면은 인간 캐릭터가 죽으면 심의상 무척이나 곤란한 부분도 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핫 로드가 옵티머스 프라임을 도우려다 역으로 죽음에 임박하게 만들었던 것과 다니엘은 아버지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장면을 비교하면 묘하지요.
특이한 건, 다니엘이 살린 캐릭터는 모두 해즈브로가 없애려 했던 1984년 캐릭터란 점입니다. 아무래도 열형 청년 핫 로드와 달리, 어린아이인 다니엘이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게 되면 뒷감당이 심각했을 테니, 이 장면에선 예외적으로 캐릭터들을 모두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의 핫 로드
초대 핫 로드/로디머스 프라임은 결과적으로 미완으로 남은 캐릭터이고, 해즈브로 역시 핫 로드, 로디머스 프라임에 대한 취급이 좋지 않을 것 같이 생각할 것 같지만 해즈브로는 핫 로드에게 미안한 감정이 남았는지 여러 매체에서 핫 로드와 로디머스 프라임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007년 때 방영한 <트랜스포머 애니메이티드>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본래 애니메이티드 제작진은 발암물질 캐릭터를 본래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묘사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해즈브로 측에선 로디머스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걸 원치 않았고 이는 센티널 프라임으로 대체됩니다. 로디머스 프라임은 시즌 3에서 정식으로 등장해 앞날이 창창한 유망주로 표현됩니다.
※ 로디머스 마이너로 불린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완구 한정이고 설정집을 보면 애니메이션 시점에서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불리는 것이 맞습니다.
구 마블 코믹스판 G1의 스토리가 연장된 작품인 '리제너레이션 원'에서도 로디머스 프라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부재 후, 오토봇들을 통합해 우주에 퍼져나가는 악 섀도 리치를 막기 위해 분투했고, 프라이머스의 검을 들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끝에 옵티머스의 임종을 지켜보고 사이버트론에 태어나는 다음 세대의 탄생을 지켜보며 사망하는, 프라임으로서의 사명을 완수하는 모습을 선보입니다.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사이버버스>에서도 핫 로드는 긍정적으로 묘사됩니다. 범블비를 타이틀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지만, 쿠인테슨의 침공이 벌어지자 핫 로드는 사운드웨이브와 함께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연합을 결성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했고 그 공로 덕분에 쿠인테슨의 침공을 막아내고, 옵티머스 프라임의 후계자 격으로 위치가 격상합니다.
물론, IDW G1 코믹스는 작가들이 핫 로드에게 쌓인 불만을 터뜨리는(…) 등의 모습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해즈브로는 실패를 통해 핫 로드를 포기하지 않았고 차기 작품에서 기존의 미완성된 핫 로드의 더 나아가게끔 노력을 합니다. 버린 자식으로 취급하지 않고, 차기 작품에서 사랑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 중.
결론
<더 무비>는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차기 리더로 선점된 핫 로드의 미숙한 점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잘못됐습니다. 완구 판촉을 위한 해즈브로의 마케팅 전략이 담긴 영화는 기획이 그렇게 된 만큼 어쩔 수 없다지만, 핫 로드의 미숙함을 그렇게 표현한 제작진들의 잘못이 무척 컸기에, 캐릭터 하나가 30년이 넘게 욕을 먹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마디로, 핫 로드/로디머스 프라임은 완구 판촉과 애니메이션 제작진들의 실수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더 매력적으로 뽑을 수 있는 캐릭터를 시작부터 인상을 구긴 셈이라 안타까운 일이에요. 개인적으론, 핫 로드를 트랜스포머를 처음 알았던 2005~6년 시기에 봤기에 마음에 들어한 캐릭터고 성장형 사령관이라는 로디머스 프라임 역시 좋은 캐릭터지만, 첫 등장의 그 행동 탓에 지금도 꾸준히 욕을 먹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장난감 판촉을 위해 시작된 시리즈였기에 어느 작품보다 어른의 사정에 많은 영향을 받는 시리즈입니다. 때문에, 조금이나마 핫 로드 자체를 욕하기보다는 이런 어른의 사정과 원안, 기획을 생각해달라는 차원에서 글을 써봅니다.
청년 핫 로드와 성장형 사령관 로디머스 프라임이라는 두 면을 가졌지만, 끝내 로디머스라는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에서 완성되지 못하고 마블 코믹스판의 후속 이야기를 다루는 '리제너레이션 원'에선 차기 사령관으로서 분투하고, 프라이머스의 검을 통해 섀도 리치와 맞서 사이버트론의 모든 전쟁을 끝내는데 사명을 다했고, 로디머스의 노력 끝에 새로운 사이버트론인들이 탄생하는 걸 지켜보며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는 등, 차기 사령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시 매트릭스가 없더라도 핫 로드로 돌아가지 않고 로디머스 프라임의 캐릭터가 유지되었으면 캐릭터가 좀 더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이래저래 아쉬운 캐릭터로 생각됩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수 많은 트랜스포머 팬들에게 미움을 받을 핫 로드를 좋아하기에, 그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자기만족 차원에서 쓴 글일지도 몰라요. 조금이나마 핫 로드란 캐릭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하는 마음과 로디머스 프라임의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글 자체가 많이 난잡했지만, 핫 로드란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아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미숙한 글을 써봅니다. 부디, 트랜스포머 팬들이 무턱대고 핫 로드를 미워만 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p.s. 사실 2부에서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은 이어지지 않고 스콜포녹 관련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3으로 끝내는 것이 맞다 생각해 조금 급하게 마지막 이야기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글 세 개가 쭉 이어지지 않는 것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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