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G1 - 핫 로드의 잘못인가? 1부

2020. 12. 9. 16:27트랜스포머/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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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니크론과 변신로보트>의 한 장면.

트랜스포머의 첫 극장판이자 스토리의 큰 변화점을 가져왔던 <유니크론과 변신로보트 Transformers the Movie>는 해즈브로의 요구에 따라 신규 완구를 판매하기 위해 신규 캐릭터가 대거 추가되었고, 기존 캐릭터들이 대부분 죽거나 강화되는 방식으로 나옵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 역시 해당 대상이 되어 메가트론과의 싸움으로 죽고 맙니다.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의 싸움에서 비겁한 짓을 하려는 메가트론을 막으러 핫 로드가 도와주려 했지만, 판단을 제대로 못한 미숙한 행동 때문에 오히려 인질로 붙잡혀 옵티머스가 다 이긴 싸움에서 죽기 직전까지 들어갑니다. 완구 판촉을 위한 요구를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핫 로드가 끼어드는 시나리오가 이 모양이라 핫 로드는 과거나 현재나 이 장면 탓에 욕을 먹게 됩니다.

때문에, 많은 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핫 로드를 깝니다.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핫 로드는 2005~6년 즈음 처음 <트랜스포머>를 접했을 당시에 봤던 캐릭터 중 하나라 핫 로드를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으며, 그의 미숙함에서 나온 실수를 알기에 개인적으론 핫 로드의 실수를 용서합니다. 물론, 많은 팬들은 지금도 핫 로드를 까는 걸 생각하면, 굳이 이런 식으로 핫 로드에게 잘못을 몰아붙였어야 했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에선 핫 로드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경우,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번 1부에서는 마블 코믹스가 <트랜스포머 더 무비> 극장 상영에 맞춰 출시한 코믹스판 <트랜스포머 더 무비>의 내용을 살펴봅니다.


오토봇 시티가 급습당하고, 옵티머스 프라임이 다이노봇을 비롯한 지원군을 이끌고 찾아옵니다. 옵티머스는 혼자서 전선을 돌파해 디셉티콘들을 대다수 제압하고 메가트론과 마주합니다.

극장판과 마찬가지로 둘의 싸움은 처절하게 이어집니다.

메가트론이 옵티머스의 옆구리를 찌르는 방식으로 공격하나, 곧바로 제압당합니다. 스타스크림이 싸움을 지켜보는 걸 볼 수 있는데, 당연히 메가트론을 도와주는 모습 따위는 없습니다. 어쨌든 메가트론은 자비를 구걸하며 바닥에 떨어진 총을 슬쩍하게 되고…

"왜 우리가 디셉티콘이라 불리는지 알려 주마. 그리고 메가트론이 가장 위대한 디셉티콘임을!" 

보시다시피, 핫 로드가 전혀 난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옵티머스는 메가트론의 비겁한 수에 죽기 직전까지 몰립니다. 핫 로드가 끼어들지 않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

허나, 옵티머스는 최후의 저항으로 메가트론의 양 옆구리를 찍어 누릅니다. 메가트론을 제압한 옵티머스가 쓰러지고서야 오토봇들이 옵티머스를 찾아옵니다. 그다음 전개는 극장판 영상과 동일하게 스타스크림은 메가트론을 걷어차고 디셉티콘들은 아스트로트레인을 타고 도망갑니다. 컵의 대사를 알시가 말하는 것은 만화판 만의 특징.

그렇게 디셉티콘들이 떠나고 옵티머스의 진단하는 퍼셉터. 허나, 옵티머스에게 가망이 없습니다. 옵티머스는 울트라 매그너스에게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넘기기로 판단합니다.

매트릭스를 넘겨주는 과정도 조금 다릅니다. 왼쪽 가슴의 유리창에서 꺼내며, 매트릭스는 손잡이가 없는 구체형인 것이 특징. 여기서는 핫 로드의 매트릭스 선터치가 없이 매그너스에게 곧바로 매트릭스가 넘어갑니다.

그럼, 울트라 매그너스는 매트릭스를 제대로 사용했을까요?

시간을 조금 앞당겨 봅니다. 메가트론은 갈바트론으로 부활해서 유니크론의 명령으로 매트릭스를 없애기 위해 정키온에 추락한 울트라 매그너스를 추격합니다. 울트라 매그너스는 옵티머스의 말대로 어두운 때를 밝혀줄 거라는 매트릭스를 사용해보지만, 매트릭스는 매그너스의 부름에 답하지 않습니다.

울트라 매그너스는 스커지와 스위프들에게 거열형을 당해 산산조각이 납니다. 갈바트론은 매트릭스를 파괴하지 않고 유니크론을 협박할 수단으로 사용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어떻게 되는가?

전개는 그대로. 유니크론의 몸 속에석 갈바트론과 싸움을 벌이는 핫 로드. 갈바트론에게 압도당하나, 갈바트론이 목에 찬 매트릭스를 잡게 되고…

핫 로드는 매트릭스의 선택을 받아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각성하게 됩니다. 로디머스는 스타스크림을 일격사 시킨 갈바트론의 입자포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갈바트론을 우주 공간으로 던져버럽니다.

"이게 내 운명이었어! 이 때를 위해 내가 태어났던 거야! 오토봇과 잃어버린 고향 사이버트론의 이름으로, 돌아가신 옵티머스 프라임의 이름으로… 이제 우리의 어두운 시간을 밝혀줄 때다!"

이어서, 매트릭스의 선택을 받은 로디머스 프라임은 매트릭스를 개방해 유니크론으로부터 어두운 시기를 밝혀주게 됩니다.


마블 코믹스에서 출시한 <트랜스포머 더 무비> 만화책은 극장판 상영과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즉, 마블 코믹스판은 <더 무비>의 초기 각본을 가져왔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초기 각본에선 핫 로드의 난입해 매트릭스 선 터치가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추가로, 상영판에선 너무 잔인해서 검열된 울트라 매그너스가 거열을 당하는 장면 역시 여과 없이 볼 수 있지요.

극장 상영 버전엔 왜 핫 로드의 트롤링(…)으로 오인할 수 있는 장면을 삽입했는가는 의문을 가지게 되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봤다시피, 마블 코믹스판에서 사용한 초기 각본에선 옵티머스의 죽음은 더더욱 허망하게 다가옵니다. 극장 상영판은 핫 로드의 판단 미스로 인해 옵티머스가 죽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초기 각본에선 메가트론의 기습에 아무런 대책 없이 당해버리기 때문에 허무함이 더더욱 컸을 거예요. 그런 점을 약간이나마 없애기 위해 핫 로드에게 이런 역할을 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로서 옵티머스가 맞이하는 죽음의 비극이 조금 줄었을진 모르지만, 핫 로드란 캐릭터는 평생 욕을 먹게 돼버렸지만요…

어쩌면, 제작진은 핫 로드라는 방패막을 통해 옵티머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대신 물을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뜨리는 매트릭스 장면은 이런 일환일 겁니다. 흔한 클리셰로 선택받은 자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인데,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신성한 물건을 손댄 덕에, 신성한 물건이 그의 가치를 알아보는 방식의 전개입니다. 이런 식으로 핫 로드가 매트릭스의 선택을 받았다는 복선으로 알려주는 장치로 활용된 부분이지요. 그러나, 초기 각본에선 이런 장면이 없었던 탓인지 울트라 매그너스가 정식으로 매트릭스를 받았는데 활용을 하지 못하기에, 후반의 개연선을 위해 추가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초기 각본을 그대로 사용해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물론 울트라 매그너스가 거열을 당하는 장면 같이 애들 보여주기 좀 그런 부분은 각색할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각본이었으면 핫 로드 때문에 옵티머스가 죽었다는 비난은 없었을 겁니다. 즉, 핫 로드는 변경된 시나리오의 피해자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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