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과 울버린 - 스포일러 있는 후기

2024. 7. 27. 14:00영화 이야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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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commercial_movie&no=1074026

정말 오랜만에 작성하는 스포일러 있는 후기입니다. 한동안 스포일러 없는 후기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등, 영화 후기 작성에 힘이 부쳤는데, 웨이드와 제임스의 활극에 힘을 입어 스포일러 있는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장점

스토리

텔레비전 애니메이션(TVA)을 보는 웨이드 윌슨.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튀어나온 애니메이션 악당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데드풀은 TVA 캐릭터들이 현실에 침범하는 이현상을 막기 위해 최고의 엑스맨인 울버린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울버린은 웨이드가 알던 최고의 울버린이 아닌, 울어버린 울버린이었다! 결국, 최악의 울버린과 함께 대머리 사이코 여자와 이 시리즈에 빠지면 섭섭한 영국인 악당의 사악한 계획을 막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 이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악의 울어버린을 최고의 울버린으로 바꾸기 위해 카메오 캐릭터들을 만나 디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깨닫게 해줄 것이다. 휴 잭맨의 울버린은 영원불변의 최고의 울버린이라는 걸… 데드풀과 울버린 듀오가 최고의 해결사라는 걸…

전혀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꽤 그럴싸한 시놉시스.

여전한 웨이드의 입담

데드풀이란 작품은 R-18G 액션이 아닌, 웨이드의 정신 없는 입담이 작품성입니다. 이번 입답은 2019년 개봉했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5년 동안 마블 스튜디오의 삽질을 확실히 비난하고, MCU 이전 작품의 후속작인 돈되는 작품인 애니메이션 <엑스맨' 97>을 MCU에 편입시켜버리는 만행을 확실히 비난해줘서 여러모로 사이다 발언이었습니다.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멀티버스는 써먹어 봤자 여태까지 실패만했다고! 하며 직접 비난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주듯 모두 웃으며 봤던 장면이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데드풀도 멀티버스 소재를 잘 써먹은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나쁘지 않습니다.

휴 잭맨의 울버린

핫 토이 마스크 울버린

우리가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

휴 잭맨의 울버린은 영화 <로건>을 기점으로 완전 퇴장했으나, 7년 만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휴 잭맨의 울버린은 여전히 우리 세계 최고의 울버린이며, 지난 24년간 쓰지 않은 마스크를 씀으로서 그가 최고의 울버린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해줬습니다.

영화 <로건>에 대한 헌사를 작품 내내 꾸준히 함으로서 로건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게 했으며, 새로운 울버린 캐릭터 역시 정신적인 성장을 통해 새 울버린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켜줬습니다.

특히, 이번 울버린은 노쇠했던 <로건> 시절 울버린과 달리 전성기 울버린의 근력과 거침없는 움직임을 제대로 보여줬기에 상당히 놀라운 싸움 양상을 선보입니다. 누가 형제아니랄까봐 세이버투스 같은 싸움 방식이더군요.

개봉 전 루머대로 울버린의 마스크 착용 시간은 10여분이었고, 최종전에서 데드풀 군단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을 기점으로 착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착용하는 것은 예상대로 임팩트를 위함이었고 그 임팩트는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휴 잭맨! 최고의 울버린!

변종 울버린들

만화 팬들에게 익숙한 울버린 변종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키 160의 원작 울버린을 재현한 변종, 영화 <로건>의 모티브인 <올드맨 로건> 변종,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울버린 변종, 패치 울버린 변종, 갈색 슈트 변종, 언캐니 엑스맨 #251 변종, 심지어 헐크와 싸우는 울버린 변종까지!

루머로만 듣던 카빌린이 등장!

모든 울버린 변종을 휴 잭맨이 맡아 즐거움을 선사했고, 헨리 카빌 울버린 변종(일명 카빌린)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심지어 헨리 카빌 보고 DC 확장 유니버스는 망했고 더 잘해줄테니 앞으로 쭉 나오자고 말하는 웨이드는 참…

루머와 달리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울버린 카메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수염 비주얼이랑 단신(…)인게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던터라 아쉬운 부분. 어쩌면, 정말로 래드클리프 버전 울버린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 이후의 울버린일지도…?

충격과 공포의 카메오들.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는 개봉 전부터 루머와 공식 기사가 나올 정도로 공인된 출연이었지만,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크리스 에반스의 휴먼 토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카메오 출연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루머로 익히 듣긴 했지만, 채닝 테이텀레미 르보/갬빗이 출연하고 원작 복장까지 갖춰 출연한 것. 그 동안 제작이 수 차례 뒤엎어지다 결국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로 인해 영화가 나오지 못했는데, 이를 의식한 메타 발언으로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나오지 못한 한을 푸는 것인지 멋진 액션을 선보입니다. 저는 채닝 테이텀의 갬빗이 과연 어울리긴 할까?는 의문을 오랫동안 가져왔는데, 그걸 깨고 정말 멋진 갬빗이 나와주는데 성공했습니다.

MCU 이전의 마블 영화들에 대한 헌정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오랫동안 군림해왔지만, 그 이전에 있던 수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대한 헌정을 해줍니다. 우리는 MCU 전에  <엑스맨 유니버스>, <데어데블 실사영화 시리즈>, <블레이드 실사영화 시리즈>, <판타스틱 포 실사영화 시리즈> 등등… 체계적인 세계관이 아닌, 독립된 영화 작품을 보아왔지요. 잘 만든 명작만 있던 건 아닙니다. 우린 수 많은 작품을 보아왔고 그 중에선 꺼내기도 힘들 정도로 망작인 작품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작품들이 전부 의미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미 끝나버린 기존 작품들의 후일담을 해줄 여지를 마련해줬고, 흑역사 취급을 받던 작품들에게 다시 재조명의 기회와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줬습니다.

엔딩 크레딧은 그 동안 있던 MCU외 영화들의 장면과 비하인드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그 동안 있어왔던 영화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0여년 동안 있었던 MCU의 마무리를,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20여년 동안 있어왔던 스파이더맨 실사영화들의 추억을,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그동안 있어왔던 M CU외 마블 영화들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던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p.s. <퍼니셔>는 사정상 배우들이 나오진 못 했지만, 변종 러시안이나 퍼니셔가 쓴 무기로 나름대로 예우를 해줘서 다행입니다.

단점

위화감이 있는 스토리

시리즈가 갈수록 바네사의 비중은 낮아만진다.

데드풀은 뭔가를 증명하기 보단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소시민 같은 면모가 있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웨이드가 갑자기 자기를 증명하지 못하는 모습이 스토리의 주라는 점에서 조금 의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말에서야 바네사와 재결합을 암시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데드풀 2> 막바지에서 웨이드와 바네사가 아이를 가질거라 하는 등의 내용이 있었기에 그런 부분을 배제하기 위함 같습니다. 실제로 <데드풀 2> 각본가들이 바네사의 존재가 부담스러웠기에 바네사를 죽이고 마지막에 살리는 스토리를 만들어 바네사의 출연을 배제했었다고 말했기에, 그런 의도가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웨이드 윌슨 2세 같은 오리지널 캐릭터 만들어서 전반부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겁니다.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

이 영화를 진짜 진짜 재밌게 보시려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엑스맨 유니버스 영화,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디즈니+ 드라마 시리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블레이드 시리즈, 데어데블·엘렉트라, 판타스틱 포, 퍼니셔 영화까지 섭렵해야하고 더군다나 갬빗에 대해 이해하려면 영화가 취소된 배경까지 섭렵해야 합니다.

현재의 슈퍼 히어로 팬들이 얼마나 과거의 망작(…) 소리 듣는 작품들까지 섭렵하는지 알기 힘들 겁니다. 조금 알고 있다 생각하는 저조차 블레이드, 판타스틱 포, 데어데블 영화에 대한 추억이나 따로 챙겨보기라도 해서 망정이지, 이걸 다 섭렵하긴 힘들어요. 일반 관객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모적으로 쓰이는 멀티버스 설정과 캐릭터

데드풀이 TVA를 통해 다양한 평행우주로 오고 가지만,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보는 저 같은 극소수의 팬들이나 좋아하는 요소가 가득하지, 일반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 장면들 뿐입니다. 저도 하드할 정도로 심도 있게 파는 것도 아니라서 알아보지 못한 요소도 존재해서, 여전히 불친절하구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데드풀 군단의 경우, 굳이 나올 이유가 없는데도 막판에 울버린과 데드풀을 막아서며 싸움을 거는, 조금 어이없는 행동을 보입니다. 그나마 울버린과 데드풀의 롱테이크 액션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하긴 했지만, 굳이…?라며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합니다.

극중에서 데드풀 군단이 나온 직후 데드풀이 "멀티버스 지겹지 않냐? 계속 실패하면서 계속 시도하고!"며 마블 스튜디오를 까는데, 이는 데드풀 군단 자체가 멀티버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엔드게임> 이후 MCU를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부분입니다. 사실, 데드풀 군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작처럼 대규모 아군이 등장하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그걸 깼다는 점 정도?

솔직히 둘이 나오는 시간만 다르지 큰 차이는 없었다.

개봉 전부터 엑스맨 유니버스쪽 카메오들이 일회성으로 나온다는 이야기가 존재했고, 대부분의 악역 캐릭터들이 머릿수 채우는 수준의 악역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세이버투스의 타일러 메인이나 파이로의 애런 스탠포드 외에도 많은 <엑스맨 유니버스>의 악역 캐릭터들의 기존 배우들 데려왔지만, 얼굴 접사도 안 해주는 캐릭터들도 많아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입니다. 몇몇 캐릭터는 기존 배우가 복귀했는지 조차 알기 힘들 정도.

설마 이 걸 다시 떠올릴 줄이야.

조니 스톰의 기이하고 허무한 죽음은 전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평행세계의 미스터 판타스틱을 갈아버린 장면이 떠올릴 정도였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냐면 "마블 스튜디오 얘네는 자기들 판포 나오기 전 판포를 다 죽여버리는구나." 싶을 정도. 사실, 만화 <판타스틱 포>라면 몰라도 영화 <판타스틱 포>는 내내 마블에게 있어서 영 좋지 않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시각적인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얻었던 터라 조금은 존중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데드풀이 언급했듯이 크리스 에반스 출연료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이렇게 퇴장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던 거냐…

뭔가 애매해진 두 주연의 비중

"존나 크게 해보려고 휴 잭맨을 다시 데려왔지만, 시선이 분산되는 거 같아. 안 그래?"

너무 놀라운 카메오들 때문에 주연인 데드풀과 울버린의 시선을 너무 뺏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카메오는 팬들을 놀라게 해주지만, 너무 존재감이 큰 카메오가 계속 나와버리면 주인공들의 시선까지 빼앗기는 단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보이드의 저항군 멤버들이 블레이드, 엘렉트라, 갬빗, X-23 같이 MCU 이전 영화 속 주연 둘에 미개봉작 캐릭터, <로건>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만큼 이들에 시선이 일시적으로 집중됩니다. 존재감이 큰 카메오 캐릭터들이 주인공들의 포커스를 뺏을 수 있는 단점은 앞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생각됩니다.

총평

데드풀은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있게 됐고, 휴 잭맨은 다시 한 번 최고의 울버린을 보여줬습니다.

그 동안 침제기에 빠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 중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와 함께 잘 나오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평가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진입 장벽이 MCU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크레딧 영상을 통해, 엑스맨 유니버스, 블레이드, 데어데블·엘렉트라, 판타스틱 4(리부트 전 후 모두)까지 챙겨주면서 이번 영화는 데드풀의 팀업 영화도 있었지만, 마블 스튜디오 이전의 실사영화들에 대한 헌정을 준다는 점은 추억을 자극하게 만들어줍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하향세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중에선 잘 만든 작품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데드풀이 MCU 세계관이 아닌, <엑스맨 유니버스>에 잔류하는 결말로 끝냈기에 앞으로의 MCU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즐겼으면 장난감을 즐겨야겠지?

이젠 영화가 어찌되냐 보단 장난감 우선 주의입니다. 나도 울어버린 팝콘통과 데드풀과 울버린 기반의 마블 레전드 장난감이나 구해서 가지고 놀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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