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 스포일러 없는 후기

2022. 3. 1. 00:58영화 이야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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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의 새로운 영화 <더 배트맨>의 전야제 상영을 통해 3월 1일 보다 조금 일찍 관람하게 됐습니다. 이번 영화는 <DC 확장 유니버스>가 아닌 별개의 시리즈로 진행되는 만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처럼 만화 세계관을 구축하는 대신 배트맨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늘 그렇듯이 첫 리뷰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이 글을 감상하세요.


장점

스토리

배트맨 활동을 벌인지 약 2년 밖에 되지 않은 초보 배트맨을 그리며, 수수께끼를 남기며 고담의 추악한 가면을 벗어 던지려는 리들러를 막는 배트맨의 활약을 그립니다. 자경단 활동을 벌인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아군이 적고 리들러는 더욱 머리 아픈 수수께끼를, 고담의 어두운 비밀을 헤쳐가며 배트맨과 관객들에게 고담의 부정부패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캐릭터

처음 캐스팅이 공개됐을 당시, 일부 배우들의 캐스팅에서 조금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예고편에서 보인 모습을 통해 비주얼이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기존 작품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 크게 놀랐지요.
퇴폐적이고 어두운 브루스 웨인과 폭력적인 배트맨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 영화 <레고 배트맨 무비>에서도 캣우먼을 연기했지만 제대로 캣우먼을 연기하게 된 조이 크라비츠,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펭귄의 모습을 잘 살린 콜린 파렐, 만화책과는 다르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범죄자의 외형이 된 폴 다노의 리들러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배우 앤디 서키스의 알프레드 페니워스는 기존의 캐릭터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습니다. 앤디 서키스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으로 유명한 것도 있고, 이전에 연기한 슈퍼 히어로 작품의 캐릭터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율리시스 클로라는 점이 있어서 그런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 격 캐릭터인 알프레드 연기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욱 폭 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임을 보여주었어요.

분위기

전체적으로 스토리 자체가 어둡게 진행됩니다. 고담이란 배경과 배트맨이란 캐릭터가 늘 어둡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더 어둡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정부패가 전성기로 벌어지는 배트맨의 활동 초창기를 그리는 작품이라 더욱 어둡지요. 개봉 전엔 배트맨이 막 활동을 시작한 90년대로 알려졌지만, 실제 극중 배경은 의외로 현대입니다. SNS와 스마트폰이 나오고 셀리나 카일의 어머니가 2000년대 초중반에 돌아간 것으로 묘사되요.

리들러란 캐릭터의 접근법이 기존 배트맨 작품들과 달라서 꽤 기겁할 수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도 대충 느끼긴 했지만, 기존의 리들러가 약간 유쾌하면서도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작품의 리들러는 실제 있을 법한 -조디악 살인마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얼굴을 가리고 수수께끼를 남겨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하려는 모습도 있고, 도시의 비밀을 알고 그를 이용해 범죄를 벌이는 모습은 보는 내내 겁에 질리게 만듭니다.

액션

본작의 액션 비중은 적지만 액션 퀄리티는 상당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처럼 게임 <아캄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느낌이 일부 존재합니다. 늘 그렇듯이 어둠 속에서 배트맨이 나타나는 장면을 필두로

자막

개봉 전부터 홍보했듯이 이번 영화의 자막을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와 마찬가지로 임태현 만화 번역가가 담당했습니다. 실제로 거슬리는 부분 없이 추리 번역을 비롯한 모든 대사들이 매끄러운 편이었고, 우려했던 말장난 표현이 적었던 탓에 자막 제작자들 역시 편하게 작업했을 겁니다.

추리

배트맨은 원래 슈퍼 히어로 이전에 탐정이었습니다. DC 코믹스 역시 Detective Comics, 탐정 만화의 줄임말이었고 배트맨 역시 첫 등장은 <Detective Comics>의 이슈 27이었습니다. 그만큼 범죄와 배트맨은 빼놓을 수 없는 관계지요.
이번 영화의 경우, 다른 배트맨 영화들과 비교해 보아도 탐정으로서 배트맨의 측면을 더욱 집중해서 보여줍니다. 게임 <아캄 시리즈>를 해보신 플레이어 분들은 탐정 모드 기능을 통해 게임 속 배트맨이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경우, 게임 속에서 탐정 모드로만 때운 기능을 다양한 도구들로 재현하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리들러 수수께끼는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관객들도 쉽게 유추하기 힘든 것이 많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수수께끼 만큼은 쉽게 풀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BGM

이번 영화의 배트맨 테마곡은 진짜 호평 그 자체입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배트맨 BGM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클라이맥스가 끝내줍니다. 웅장함에서 끝판왕이라 배트맨의 무쌍과 활약을 펼칠 때 나오는 이 음악이 뽕 하나는 끝내주게 뽑아줍니다.

단점

조금 긴 러닝 타임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은 상업 영화 치곤 긴 시간입니다. 보통 3시간 이내에, 2시간 반 정도가 상업 영화의 적절한 러닝 타임인 걸 생각하면 이번 영화의 상영 시간은 실제 긴 편입니다.
때문에 러닝 타임이 긴 영화에 익숙치 않으시면 팔코네 체포 부분까지 집중을 하시다가 그 이후에 진이 빠질 수 있어요.

리들러의 범죄 묘사

이건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인데, 본작은 15세 관람가 작품이라 직접적인 묘사는 최대한 덜 보여주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리들러가 사람을 찍어내리는 묘사와 스너프 비디오를 찍는 장면은 꽤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탓에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크게 놀랄 수 있으니 약간의 주의를 드립니다.

신기술?

배트-안아줘요

종합

새로운 배트맨 영화 시리즈의 세대 교체를 언급하며 홍보가 이뤄졌었는데, 실제로 그에 걸맞게 훌륭한 배트맨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이 배트맨 영화가 최초 기획과 완전 다른 결과물이 나오긴 했지만, 리들러를 상대로 사건을 추리하며 슈퍼 히어로 배트맨 보다 탐정 배트맨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에 호평합니다.


영화 계획이 변경되면서 실제 스크린으론 볼 수 없던 두 캐릭터.

영화 <더 배트맨>은 본래 DC 확장 유니버스의 한 축이 됐을 예정이었고 벤 애플렉이 연기하는 배트맨과 조 맹거넬로가 연기하는 데스스트록의 화려한 결투를 볼 수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론 벤 애플렉의 하차로 노선이 변경됐고 지금과 같은 작품이 나왔지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벤 애플렉의 배트맨은 비주얼 측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브루스 웨인-배트맨이었기에 기대치가 높았지만, 현재의 <더 배트맨> 영화도 충분히 좋았다고 느껴집니다. 본래 예정된 것 보다 액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탐정으로서의 배트맨을 집중 조명해준 덕에 관객들이 그동안 봐왔던 배트맨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p.s. 영화 배경이 선거 운동 시기라는 점에서 현 한국의 상황과 연동을 지어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한국이니까 그럴 일은 없지만,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는 과장된 걱정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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