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9. 01:43ㆍ자유로운 이야기

미국 만화의 큰 별이 또 지고 말았습니다. 천재 작가로 유명했던 게리 콘웨이 Gerry Conway가 2026년 4월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52년생인 게리 콘웨이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 팬이었으며 상당히 이른 나이에 영향력 있는 만화 작가가 됐고, 그 업적은 미국 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를 추모하며 그의 업적 중 극히 일부, 유명한 사례들만 일부 정리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그 일부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장담합니다.
마블
조숙함은 잘 알려진 저주와도 같다. 젊은 작가 시절 내가 느꼈던 압박감의 대부분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나는 다른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고, 그로 인해 다소 어색한 상황에 놓이곤 했다 — 감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실제보다 더 성숙한 척해야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성숙함을 꽤 잘 흉내 내는 편이었고, 그건 분명 장점도 있었지만, 당연히 단점도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내가 얼마나 어린지 잊어버렸고, 실제로는 내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결과를 기대했다. 그 결과, 나는 작가로서 초기 경력의 대부분을 꽤 큰 스트레스 속에서 보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본능에 따라, 감에 의존해 글을 썼다. 그 본능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에 잘 맞아떨어질 때 — 예를 들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쓸 때처럼 — 결과물은 당시에도 지금도 꽤 자랑스러운 것이 되었다. 하지만 내 본능이 빗나갔을 때는, 그것을 알아차리거나 경험으로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물은 더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었다.
by. 게리 콘웨이. 출처
1972년. 19세 때, 스탠 리의 뒤를 이어 <스파이더맨>의 스토리를 담당했습니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

1963년부터 연재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이슈 123(1973년 7월 발매) <그웬 스테이시가 죽은 밤 The Night Gwens Stacy Died>에서 그웬 스테이스의 죽음은 당시 미국 만화 업계에서 최초로 있던 여주인공의 죽음을 그려냈습니다. 그 동안 슈퍼 히어로의 연인이나 가족의 죽음은 기원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수준으로 본편에선 이렇게 죽인 적이 없었기에, 미국 만화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미국 만화는 두 번째 영광스러운 은기 Silver age에서 어둡고 현대적인 문제를 반영한 동기 Bronze age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한 스토리를 만든 게리 콘웨이는 당시 고작 20세. 이 스토리라인이 가져온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는 천재라고 불려도 정말 무방했습니다.
21세기에서야 이 이야기의 비화들이 공개됐는데, 당시 작화를 맡은 존 로미타 시니어와 스토리 담당인 게리 콘웨이의 증언을 조합하면, 원래 죽으려는 건 메이
파커였다고 합니다. 피터 파커를 완전히 성인으로 만드려고 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그웬으로 낙점.
퍼니셔

1963년부터 연재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이슈 129(1974년 2월 1일 발매)에 처음 나온 퍼니셔. 퍼니셔는 스파이더맨 만화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불살주의를 고수하는 스파이더맨에 대비하는 응징주의를 고수하는 응징자 Punisher 입니다.
자칼

본래 자칼의 정체인 마일스 워런은 그 이전부터 등장했던 캐릭터이나, 게리 콘웨이가 담당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이슈 129. 즉, 퍼니셔와 같은 시기에 본격적인 슈퍼 악당으로 태어난 캐릭터입니다.
그웬 스테이시를 집착한 캐릭터였고, 그웬의 죽음을 스파이더맨 탓으로 돌리고 복수하기 위해, 자칼 유전자로 강화된 슈퍼 악당입니다. 자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클론 사가>의 중심인 벤 라일리를 만든 것인데, 이 과정에서 1990년대 스파이더맨 스토리가 얼마나 복잡해졌는지는 작가들도 독자들도 헷갈릴 정도.
벤 라일리


자칼의 음모로 만들어진 피터 파커의 복제인간인 벤 라일리는 1963년부터 연재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149호(1975년 10월 발매)에선 스파이더맨의 클론으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이후, 수 많은 정체성을 변화를 겪으며 가장 유명한 정체성인 스칼렛 스파이더는 1985년부터 연재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118호(1994년 10월 발매)에 처음 출연했습니다.
본래라면 게리 콘웨이는 벤 라일리는 창조자인 자칼과 함께 죽는, 일회성 악역으로 기획되었으나 1990년대 <클론 사가>라 불리는 피터와 그 클론들이 서로 뒤바뀌는 사태에서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스칼렛 스파이더의 복장은 여러 작가들이 논의한 결과물이며, 최종적으로 밥 부디언스키(트랜스포머 초기 캐릭터 설정가)가 수정한 것이 현재의 상징적인 스칼렛 스파이더의 디자인입니다.
맨싱

<마블 코믹스>의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Savage Tales>의 첫 호가 나온 1971년 5월. 맨싱의 공동 창작가(스탠 리, 로이 토머스, 게리 머로)로 활약했습니다.
캐럴 댄버스

현재의 캡틴 마블인 캐릴 댄버스의 정체성인 미즈 마블의 공동 창조자기도 합니다. 캐럴 댄버스는 1968년 3월 출시된 <마블 슈퍼 히어로> 13호에 처음 나왔으며 단독 작품인 <미즈 마블> 1977년 1월에 출시됐으며, 게리 콘웨이는 <미즈 마블> 단독 타이틀부터 담당했습니다.
DC
제이슨 토드

배트맨의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의 공동 창작자 역시 게리 콘웨이였습니다. 당시, <DC 코믹스>에선 1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은 <틴 타이탄>의 나이트윙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편집부의 판단에 따라 2대 로빈 캐릭터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투표 전개에 따라 제이슨 토드는 죽고 말았지요. 이 당시엔 짐 스탈린이 전개를 맡았기에 게리 콘웨이의 손 밖의 일이긴 하지만요. 레드 후드 정체성은 2005년에서야 사용됐기에, 게리 콘웨이가 집필하던 시기와는 완전히 남남이던 시기였습니다.
킬러 크록

배트맨의 숙적 중 하나인 킬러 크록의 공동 창조자로 1983년 2월 <탐정 만화> 523호에서 처음으로 소개됐고, 본격적인 등장은 다음 호인 524호부터. 당시 2대 로빈이었던 제이슨 토드에게 패배한 역할이었지만, 유전병으로 악어 인간이 된 설정과 외형은 작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졌고, 21세기 미디어 매체에서도 꾸준히 출연하는 악당 캐릭터로 그려졌습니다.
파워걸

1976년 <올스타 코믹스> 58번째 이슈에서 처음 나온 파워걸의 공동 창작자기도 합니다. 파워걸은 당시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명 판권 경쟁이 있었고, 파워걸은 마블의 파워맨/루크 케이지에 대응하는 이름을 가진 존재입니다. 물론, 파워걸은 슈퍼걸의 파생 캐릭터라 캐릭터명을 제외하면 루크 케이지와 무관한 캐릭터지요. 유치해 보이는 상표권 경쟁이지만, 당시엔 두 회사는 꽤 진지했습니다.
파워걸은 캐릭터 기원이 워낙 복잡하기에 설명하기 어려우니 여기선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가슴골을 드러낸 특유의 디자인은 그림 작가 월리 우드가 의도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라, 스토리 집필을 담당하던 게리 콘웨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게리 콘웨이의 작업은 만화 뿐만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각본가이기도 하며, 1980년대 당시 선보우 애니메이션 사에서 <지아이조>, <마이 리틀 포니>, <트랜스포머>를 비롯한 수 많은 작품의 각본가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아내인 칼라 콘웨이 Carla Conway와 함께 작업했으며, <트랜스포머>에선 시즌 3의 두 에피소드를 작업했습니다.
<Foever is a long time coming> 에피소드는 쿠인테슨의 시간 여행 포털로 A3(훗날 알파 트라이온)이 미래로 넘어와 에어리얼봇과의 타임 패러독스가 벌어지는 모습과 사이버트론의 과거로 날아간 블러와 블래스터 일행이 쿠인테슨을 상대로 저항하는 훗날의 오토봇들과 만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Money is Everything>은 인간 악당 더크 매너스가 지구 방위군의 마리사 페어본과 태어난지 얼마 안 된 테크노봇들의 활약을 그리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선 디셉티콘 테러콘들이 디셉티콘이 아닌 쿠인테슨 밑에서 일하는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북미에선 이 경위에 대해 자세한 언급이 없었다가, 훗날 일본에선 <제너레이션 셀렉트> 코믹스를 통해, 테러콘은 쿠인테슨이 만들었다는 설정이 추가됐습니다.

그가 돌아가기 직전, 2026년부터 다시 시작된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크로스오버 작품인 <슈퍼맨 X 스파이더맨>은 다소 뜬금 없이 파워걸과 퍼니셔를 함께 그린 표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창조자가 누구인지 알면 왜 둘을 함께 엮은지 알 수 있지요. 뒤늦게나마 추모를 하며, 천재 작가 게리 콘웨이의 업적 중 일부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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