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사무라이 - 후기

2020. 1. 8. 15:29영화 이야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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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의 명작을 뽑으면 꼭 들어가는 작품은 <라쇼몽(나생문)>, <거미의 문>, <7인의 사무라이>가 있습니다.

이중 <7인의 사무라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평을 얻는 동시에, 후대에 나온 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 큰맘 먹고 7인의 사무라이를 보게 됐습니다.

 

네이버 시리즈

{때는 전국시대, 끊이지 않는 전란(戰亂)이 만들어낸 '노부시'(野武士: 산적 무리)의 횡포에 백성들이 떨고있던 그때..} 주민들은 황폐한 땅에서 어렵게 수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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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준으로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라 무료로 한때는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였으나, 현재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3000원을 주고 영구 소장할 수 있는 자료로 보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도서관의 디지털 영상 자료로 감상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일본의 전국 시대. 로닌(낭인) 무리가 도적 때로 활동하며 농가를 약탈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살기 위해 사무라이를 고용하고, 사무라이들과 함께 도적 때와 맞서 싸운다는 조금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러닝 타임

206분이라는 기나긴 러닝타임 동안, 첫 60분은 농민들의 사무라이 고용 과정과 캐릭터 소개, 그다음 60분은 사무라이들의 방어 준비, 마지막 60분 가량을 도적 때와 전투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206분이라는 러닝 타임을 들으면 무슨 <반지의 제왕> 확장판을 보는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기나긴 러닝 타임이라 실제로 DVD나 VOD에서 인터미션(쉬는 시간)이 5분 가량 존재합니다. 대략 100분 즈음에 인터미션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나긴 러닝 타임은 절대 지루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작은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이야기 전개는 절대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단순히 약자들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고, 과장된 액션이 치중한 영화가 아니기에, 사무라이들이 일당백의 무사들이 아닌 이들도 한편으론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지기에,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개성적인 캐릭터

왼쪽부터, 가타야마 고로베에, 키쿠치요, 시치로지, 하야시다 헤이하치(위), 오카모토 카츠시로(아래), 시마다 칸베이, 큐조

일곱 명의 사무라이는 물론, 농민들 역시 단순한 캐릭터로 나오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사정이 있고, 곤경에 처한 캐릭터들의 행동과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특히나, 사무라이들은 하나하나가 개성있게 묘사되기에 잊혀지지 않는데, 곤경에 처한 농민들의 부탁을 거절 못해 도와주기로 마음 먹은 사무라이들의 리더 시마다 칸베이, 인품과 안목이 뛰어난 고로베에, 솔직한 면이 좋은 헤이하치, 칸베이의 부관으로서 끝까지 충성을 다하는 시치로지, 아직 어리지만 혈기왕성해 한 사람 몫을 해내게 되는 카츠시로, 최고의 검술과 냉혹함을 가졌지만 다정하고 겸손한 큐조, 익살스러운 캐릭터지만.   농민 출신이라 그들의 고통을 잘 아는 키쿠치요. 총 일곱의 주연들을 하나하나 개성 있게 그려주고 기억남게 해줍니다.

이 사무라이들을 소집하는 과정에서도 캐릭터들의 특징을 보여주며, 마을에서의 생활, 전투에서의 활약으로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각인시켜주는 방법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현대에서 흔히 얘기하는 설명충이라는 방식이 없이, 캐릭터를 평가하는 한두마디로 캐릭터의 능력과 성격을 알려주며, 전투에서 보여주는 짧고 굵은 활약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등, 다수의 캐릭터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무라이들을 모으는 과정과 거기서 보여주는 사무라이들의 특징은 후에 여러 영화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과 그 리메이크인 <매그니피센트 7 The Magnificent Seven>은 제목부터 7인의 사무라이를 서부극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이며, 영화 감독 조스 웨던은 <어벤져스>를 제작할 때, 당연히 7인의 사무라이를 참고했다고 밝힐 만큼 캐릭터들의 소집 과정과 활약을 나누는 장면에서 많은 참고작이 됩니다.

전투

빗 속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전투

예나 지금이나 강한 캐릭터가 여러 적을 상대로 활약하는, 이른바 무쌍에 익숙할 수 있지만 <7인의 사무라이>는 그런 면모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론, 큐조가 정말 기겁할 수준의 전투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역시 한낱 인간임을 강조하는 것이 <7인의 사무라이>이며, 사무라이들을 고용했다고 해서 사무라이들만 전투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농민들 역시 자신들이 고용한 사무라이들의 지휘를 받으며 함께 도적들 퇴치하며, 함께 승리를 축하합니다. <7인의 사무라이>는 전투가 후반 60여분 가량에 몰려있고, 1954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사실적인 전투 묘사는 긴장감 있게 그려집니다. 오죽했으면 지금 나오는 영화 보다 전투를 잘 그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과장 안 하고 정말 잘 만든 전투입니다.

칸베이와 사무라이들의 지휘와 통솔력이 승리를 가져다주지만, 이들도 무적이 아닌 인간임을 적나라하게 그려주며, 전쟁에선 부대의 단합력과 지휘관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종합

이 전쟁에서 이긴 것은 사무라이가 아니고 농민들이지. 우린들은 졌어

<7인의 사무라이>는 영화 역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 절대 과언이 아님을 확신하며,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훌륭한 작품임이 틀림 없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캐릭터들을 어떻게 관객에게 녹아들게 하는지 잘 알려줌과 동시에, 캐릭터들간의 만남, 시대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비극, 치열한 전투와 캐릭터들의 죽음을 관객에게 비극적으로 전달하는 방식까지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대 영화계에서도 왜 이 작품을 참고했고, 리메이크도 했는지, 그 영향력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클론전쟁>의 '현상금 사냥꾼' 에피소드

<7인의 사무라이>를 보고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클론전쟁>의 시즌 2 에피소드 중 하나인 '현상금 사냥꾼'은 -수기와 엠보가 처음 나온 에피소드- 펠루시아 원주민들이 해적 혼도 오나카를 막기 위해 현상금 사냥꾼을 고용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게 됩니다. 농민들이 살기 위해 용병을 고용한 것, 제다이들을 통해 창술을 배우는 것을 보면, 해당 에피소드는 <7인 사무라이>를 스타워즈 식으로 리메이크했음을 알 수 있지요.

7인의 사무라이를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리더 빼고는 캐릭터의 개성 하나 나오지 않은 바보들

하지만, 7인의 사무라이를 모티브로 제작했음에도 실패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J.J. 에이브럼스는 <깨어난 포스>에 등장한 렌 기사단의 모티브가 7인의 사무라이라고 직접 인터뷰를 했지만, 스토리 로드맵 없는 시퀄의 한계 덕분에 렌 기사단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까지도 캐릭터 성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은 비참한 집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7인의 사무라이>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걸작 영화이며 현대에서 영화는 물론, 영화 외의 작품을 만들 때, 참고할 만큼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작품이라 그 영향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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