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 스포일러 있는 후기

2019. 11. 5. 00:03영화 이야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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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개봉 첫날에 관람을 했는데,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정리하면서 조금 늦게 쓰게 됐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보다 재밌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깨어난 포스 같다고 할까요?


장점

기존 주역들의 복귀

예고편부터, 사라 코너의 린다 해밀턴과 T-800(칼)의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많이 주목했는데, 실제로 이 두 사람의 복귀가 엄청난 장점입니다. 두 노익장이 현역으로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보러 왔다고 해도 무관합니다.

액션과 추격신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묵직함과 달리, 무술이 추가된 화려한 액션이 특징입니다. 물론, 묵직한 맛이 줄어든 건 좀 아쉽긴 하지만, 볼거리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특히, Rev-9은 시종일관 주인공들을 집요하게 노리며, 기존 작품들과 달리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wi-pi 네트워크, 전상망과 드론을 활용한, 최신 기술을 이용한 추격신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기존 작품의 오마주

3 이후의 작품들을 다 취소해서 리부트하는 작품이지만, 그 작품들의 요소를 상당히 차용했습니다. 3편, 4편, 제니시스는 물론, 기존의 1, 2편의 요소들도 오마주를 하는 덕분에, 기존 작에서 본 장면들을 되세기는 것도 즐거운 편입니다.

단점

존 코너 시작부터 '루크' 당하다

시작부터 존 코너를 죽여 버립니다! 심판의 날을 저지하는데 성공한지 1년 밖에 안 된 사이에, 또 다른 T-800(칼)이 나타나 존을 죽여버린다는 점. 이 때문에 예고편부터 사라 코너가 칼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것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예고편에서 나왔던 사라의 반응을 잘 생각해봤어야했는데… ㅠㅠ

이걸 긍정적으로 보자면,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더이상 존 코너와 스카이넷에 얾매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는 생각을 합니다. 일각에선 자기 관리를 못한 에드워드 펄롱 탓이다고는 하는데, 꼭 성인 존 코너 역할에 에드워드 펄롱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영화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에서 영화는 별로였지만, 인류 저항군의 사령관으로 나오는 크리스찬 베일의 존 코너가 호평인걸 생각하면, 다른 배우를 데려왔어도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전 우연히 존 코너가 루크 당한다(…)는 스포일러를 들은 상태였지만, 적어도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의 원래 예정된 엔딩인 상원의원 존 코너 정도는 나올줄 알았지, 심판의 날을 막은지 1년 밖에 안 된 시점에서 이렇게 죽다니

미래 지도자로 매력이 없는 다니 라모스

다니 라모스란 라틴계 캐릭터를 새로운 주연으로 쓰는 건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미래 저항군의 리더로 나오는 다니 라모스의 모습은 전혀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없습니다!

존 코너를 돌아보죠. 에드워드 펄롱이 맡은 2편의 존 코너는 어릴때부터 어머니의 사격 훈련, 해킹 교육 등을 통해 그 나이대 어린애들과 다른 범상치 않은 아임을 보여줬고, 짧게 나오는 미래 모습의 마이클 에드워즈의 존 코너 조차도 인류 저항군의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3편의 닉 스탈이 맡은 찌질한 존 코너도 짧게나마 저항군의 리더가 될 모습을 보여줬으며, 크리스찬 베일의 존 코너는 힘겨운 투쟁에 맞서는 리더를, 제니시스의 제이슨 클라크의 존 코너는 비록 악역인 T-3000으로 개조되지만, 콜로라도에 있는 스카이넷 기지를 공격하기 전 뛰어난 언변으로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줬습니다. 드라마판인 <사라 코너 연대기>의 청소년 존 코너도 과거로 날아온 터미네이터들과 싸우며 여전히 차후의 리더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근데, 다니 라모스는 뭡니까? 존과 달리 그냥 평범한 인물이고, 각성도 너무 성의 없게 그려집니다. 이게 뭐에요? 존 코너 같은 배경이 없는 건 그러려니 하더라도, 미래 세계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대사와 연출이 너무 구려요. 사라 코너도 1편 때는 일반인 여대생이긴 했지만, 1편의 일을 겪고 2편의 강인한 여전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지, 얜 사라가 몇 년간 성장한 걸 고속 렙업을 합니다. 응? 이거 레이의 재림 아닙니까?

 카일 리스와 같은 매력이 없는 그레이스

존 코너가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낸 것은 죽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바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딱히 그런게 없습니다. 그냥 부하 1입니다. 카일 만큼의 무게감이 없어요.

그나마 신체 개조로 터미네이터와 싸울 수 있다지만, 강화에 문제가 많은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몇 분 못 싸웁니다. 파워나 지속성에선 T-800(칼)한테 밀려요. 그나마 마지막에는 3편에서 나온 것처럼 Rev-9을 제압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결국 그것 뿐입니다.

그나마, 마지막에 현대의 그레이스가 나오면서 다니 라모스가 현대의 그레이스는 죽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이라도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한 Rev-9

개인적으로는 Rev-9에 무척 만족을 하는 편이나, Rev-9의 개성은 둘로 나누는 것을 제외하면 기존 영화들에 나온 것의 짜집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액체 금속과 엔도 스켈레톤이 함께 존재하는 것과 전자기기 해킹은 T-X. 액체 금속을 통한 무기 생성은 T-1000이, 잠깐이지만 T-800을 설득하는 모습은 T-3000과 유사한 장면입니다.

자기만의 개성인 분열 능력이 뛰어나게 그려진다기 보단 어째, 두 배로 맞는 느낌이 강합니다. 분명, 강한 스펙을 가지고 있음에도 강력함을 어필하는 연출 보다 얻어맞는 모습이 많은 건, 어째 카일로 렌 같다고 할까요?

물론, 개인적으론 하나하나 뜯어보면 흥미로운 캐릭터이긴 합니다. T-800을 대화로 설득하는 장면은 기존 터미네이터들한테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선에서 같은 목적으로 온 T-800(칼)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건 T-800(칼)이 실패한 미래라고 답한 덕에 전투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것도 있었지만…

종합

스타워즈의 시퀄 시리즈는 조지 루카스의 부재로 망했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의 복귀에도 망했다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물론, 감독인 팀 밀러와 카메론의 의견차 때문에 일부 설정이 달라진 것이 있다지만, 설정 한 두가지 때문에 영화가 이렇게 됐다고 하긴 힘듭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존 코너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1편에서 카일 리스가 희생하면서까지 사라 코너를 지킨 점과 2편에서 T-800이 자기자신을 희생하면서 스카이넷의 탄생을 막으려 했지만, 다들 헛짓거리 한 셈이 되버렸습니다. 심지어, 스카이넷이 없어졌지, 결국 이름만 다른 리전이란 인공지능이 나타나서 암울한 미래는 바뀌지 않은, 그야말로 헛고생만 해버린 감도 있습니다.

그나마, 아놀드의 T-800을 정말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되버려다는 점에서 나름 멋지게 퇴장하는 것도 있고, 사라 코너가 다니 라모스를 리더감으로 키울 예정이긴 하지만, 과연……


카메론이 복귀했고, 이전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들 보다 나아질거라 기대했지만, 나아졌다고 하자면 나이지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존 코너를 시작부터 '루크'할 줄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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