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31. 01:21ㆍ트랜스포머/G1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워 포 사이버트론>의 두 번째 장 '어스라이즈/지구가 떠오른다'가 금일 방송되었고 여러모로 재밌게 즐겨봤습니다. 물론, 중간에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고 본 것 때문일진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시즈 보다 즐겁게 봤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어스라이즈/지구가 떠오른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작품을 시청한 후 보시기 바랍니다.
스토리
1화
사이버트론의 존폐가 걸린 일이다. 어떤 희생이라도 치러야 한다. 올스파크가 파괴되었다고 믿는 메가트론. 수용소를 급습한 엘리타 일행은 상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한다.
2화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우주에서 표류 중이던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 일행이 용병에게 끌려간다. 메가트론의 네메시스 프로젝트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3화
올스파크를 찾으려면 이방법 뿐이다. 스페이스브리지에 박힌 우주 정거장을 제거하려던 오토봇은 엄청난 놈과 마주한다. 그사이 최악의 불청객, 메가트론이 도착한다.
4화
싸움은 잠시 미뤄두고 힘을 합치자. 스콜포녹의 위협적인 공격에 함께 맞서게 된 프라임과 메가트론. 그 모습을 본 스타스크림은 반역을 꾀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볼까?
5화
우린 어디에 있는가. 항성도 행성도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래전 사라진 누군가를 만나 중요한 걸 배운다. 메가트론 역시 대화가 통하는 자를 만난다.
6화
올스파크가 저 아래 어딘가에있다.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가. 또다시 맞붙는 오토봇과 디셉티콘. 기회를 노리는 디시어스는 그들에게 접근한다. 처절한 복수의 시간이다.
장점
메가트론의 고민
메가트론. 그는 노동자에서 검투사의 삶을 살았고 나아가 디셉티콘의 리더 자리에 올랐습니다. 1, 2화를 보는 내내 메가트론은 동력이 사라진 사이버트론에서 생존을 위해, 쇼크웨이브의 네메시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디셉티콘의 활동지의 동력을 서서히 끊게 됩니다. 나름대로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메가트론이지만, 보는 내내 빡돌아서 무가치한 디셉티콘들을 처형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숙고 끝에 일을 처리한 점에 한편으론 안타까운 면을 보았습니다.
물론, 구원을 위한 네메시스 프로젝트를 위해 약해진 디셉티콘들과 오토봇들의 스파크를 적출해 에너존을 취하는 행동은 깊은 고민 끝에 행한 만큼, 지도자로서 종족의 안녕과 구원을 위한 행동이라 희생되는 디셉티콘들과 메가트론의 고민이 안타까웠습니다.
이것 외에도 전작 '시즈/포위 작전'에서 이어지는 옵티머스 프라임에 대한 집착을 통해 메가트론이 왜 악인가를 잘 대변해주는 장치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콜포녹의 발언을 통해 메가트론의 행동은 점점 과거 사이버트론인들을 노예로 부려먹은 쿠인테슨들이나 다를 바 없음을 통해 메가트론의 행동은 이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작보다 나아진 옵티머스 프라임
메가트론이 눈물을 머금고 동족 디셉티콘들을 재료로 쓰면서 네메시스 프로젝트를 착수할 만큼이나 절박한 환경의 사이버트론을 만들어버린 전작의 옵재앙(…). 그나마 이번 작품에선 자기 때문에 사이버트론이 죽었다는 자책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올스파크를 찾아다니며 나름대로 애를 쓰는 모습은 전작 보다 낫습니다.
메가트론과의 일시적인 협력에선 서로가 엇나가버린 지금의 모습을 자책하기도 하는 등, 전작에선 제대로 볼 수 없던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감정이 결여된 존재, 쇼크웨이브
사이버트론이 죽어가기에, 에너존을 구할 수 있는 곳도 점점 줄어들어 네메시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약해지는 디셉티콘들의 스파크를 적출해 에너존을 뽑아내는 쇼크웨이브의 모습을 메가트론 마저도 감정을 없앤 네가 부럽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습니다. 메가트론이 떠난 후, 사이버트론에 남은 쇼크웨이브는 사이버트론의 상황이 다른 작품들 보다 심각하기에 남은 디셉티콘들을 모아 가차 없이 에너존으로 만들려는 행동은 정말이지 감정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괴물이 벌일 수 있는 행동이라 평가합니다. 여러모로 사이버트론 시점의 최종보스.
바뀔 수 있는 미래
스페이스 브리지의 파괴로 인한 '죽음의 세계'에서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은 각각 스카이 링크스와 갈바트론을 만나게 됩니다. 나름대로 초월자까진 아니더라도 위상이 높은 존재가 된 스카이 링크스는 옵티머스에게 매트릭스가 가리키는 대로 행동하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갈바트론은 미래는 바뀔 수 있다며 메가트론에게 앞으로의 지침을 알려줍니다.
마블 코믹스 시절에서도 갈바트론 2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와 메가트론과 만나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선 메가트론과 갈바트론이 대립했던 것에 반해, 본작에선 대립이나 통수 없는 신뢰 관계를 보여 놀랍니다. 여러모로 생각지 못한 방식이라 놀랄 수 밖에 없었어요.
스카이 링크스가 보여준 미래를 통해 <더 무비> 때처럼 죽어가는 옵티머스의 모습과 옵티머스가 사악해질 수 있는 가능성인 네메시스 프라임을 보여주었고, 갈바트론은 자기 역시 메가트론이었기에 이해관계를 구축해가며 메가트론을 통해 자신의 족쇄를 풀기 위한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 캐릭터의 등장
대충, 막바지에 '킹덤'에서 등장할 캐릭터 하나 정도 보여줄거라 생각은 했는데,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다이노봇이 등장합니다. 비스트 모드 모델링은 딱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벨로시랩터…
단점
여전히 부족한 제작진들의 역량
완구 홍보 이미지를 보면, 완구 스토리에선 용병들이 뭔가 더 있는 분위기였는데, 애니메이션에선 그런게 없습니다. 잠깐 나오는 수준에 그치는데, 2화까지는 나름대로 오토봇들을 도와주다가 디셉티콘들에게 정보 넘겨주고 돈 받으려는 장면은 용병들 답다며 마음에 들었지만, 더블딜러가 쿠인테슨의 꼭두각시로 나오면서 별거 없는 전개로 가는 바람에 제 3세력이라고 부르기 조차 무색한 놈들이 되버렸습니다.
완구 홍보 이미지에선 메가트론을 상대로 거래하면서 나름대로 주선하는 이미지인데, 현실은 그런 거 없다…
여전히 부족한 성우들의 연기
예고편에서도 느꼈지만, 역시나 옵티머스 성우인 제이크 틸먼은 역시나 기합이나 소리 지르는 연기에서 실망 투성이입니다. 추가된 성우들의 연기도 대부분 목소리 울림 때문에 알아듣기 힘든 수준인데, PD는 왜 이런 연기를 통과시켰는지, 조정을 안 했는지 의문.
일본판은 여전히 뛰어난 성우진을 배치해 대사 전달력이 훌륭합니다. 이번 '어스라이즈/지구가 떠오른다' 역시 뛰어난 성우들을 추가로 캐스팅했기에, 부족한 스토리텔링에 비해 고급진 성우진들이 아까울 지경…
막상 왜 나왔는지 모르는 캐릭터들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을 배치했는데, 저들 전부가 막상 왜 나왔는지 모르는 캐릭터가 맞습니다. 노답
용병들은 '시즈/포위 작전' 때부터 뭔가 있을 법하게 나왔으면서 막상 별거 없이 세상 하직합니다. 완구 일러스트에선 나름 메가트론과 협력하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런 거 없다는 식의 전개… 초반에 오토봇들 도와주는 묘사에서 끝냈으면 나쁘지 않았는데, 후반에 쿠인테슨한테 조종당하는 더블딜러의 모습은 대체 왜 또 나와서 이렇게 캐릭터를 망치냐는 느낌 밖에 안 듭니다.
쿠인테슨 판사인 디시어스는 나름 과거 사이버트론인들을 노예에서 해방시켜줬다는 점에서 흥미가 가득했고, 쿠인테슨 판사의 머리 하나가 나머지 머리를 제거하는 것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굳이 안 나왔어도 될법한 수준…
스콜포녹은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이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이유나, 스타스크림의 권력 찬탈을 그리는 요소로 나오긴 했는데, 기거 말고는 정말 없는 놈입니다. 나름 네뷸론 항성계에 가서 헤드마스터인가 싶었더니 에이프페이스와 스냅드래곤의 출연이 없는 만큼, 헤드마스터도 아닙니다. 복수 개체로 묘사된 것이 신기하긴 한데, 정말 별거 없습니다…
스카이 링크스와 네메시스 프라임, 갈바트론, 유니크론은 모두 '죽음의 세계 Dead Universe' 파트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인데 설명충 파트로 이야기를 너무 할애하는 스카이 링크스. 갈바트론은 처음에 기뉴 특전대를 연상시키는(… )기묘한 등장 장면을 빼면 나쁘지 않습니다. 예상과 달리 메가트론과 짝이 맞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만, 미래를 바꾸려는 마블 코믹스판의 갈바트론 2와 같은 절박함이 없습니다.
네메시스 프라임은 역대 네메시스 프라임 중에서도 최악인데 아무리 옵티머스가 보는 환상이라지만 등장이 겨우 1~2초… 대체 왜 스포일러 팩 같이 중대한 물건에 등장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유니크론은 딱 한 장면 밖에 등장하지 않는데, 임팩트 있는 등장은 아니고 갈바트론이 자기 배신한 거 알고 죽음의 우주에서 미래 시간대로 끌어들이는 수준의 묘사 뿐이라 위엄은 적은 편…
지구 배경이 아닌 지구가 떠오른다
사실, 이점은 일전에 미리 공개된 '킹덤'의 골든 디스크 카드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크가 그려진 골든 디스크 카드에선 '오토봇들은 1984년에 깨어난다'란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즉, '어스라이즈/지구가 떠오른다'의 테마는 지구로 향하는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을 그리는 것이지 지구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아쉬운 점이 큰데, 적어도 엔딩에선 지구에 추락한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이 1984년에 깨어나 지구에서 위장할 비클 모드를 스캔한 것을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외
울트라 매그너스의 취급은 좋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선 머리만 뽑힌 상태로 메가트론의 푸념이나 들어주는 신세라 고인드립을 당하고 있는 팔자…
종합
일단, 전작 보다 흥미로운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작 보다 실망적인 장면도 많은 '어스라이즈/지구가 떠오른다'입니다. 흥미롭게 도입한 요소는 많은데 그걸 유의미하게 써먹지 못한 것이 커요. 캐릭터들은 뜯어보면 생각해볼 만한 것이 많지만, 스토리가 매끄럽지 않은 감이 큽니다. 용병, 쿠인테슨, 스콜포녹은 제대로 써먹지 못한 느낌이고 스카이 링크스와 갈바트론은 그냥 설명충으로 써먹은 수준이라 술 먹고 봐도 따분함과 불필요한 장면임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간만에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이 새롭게 나왔다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봤지만 곱씹어보면 '시즈/포위 작전' 보다 못한 것이 많은 편. 이대로라면 '킹덤'에서 모든 것을 몰빵해야하는데, 제작진의 역량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다시 봤으니 기대하진 않고 장난감이나 사려 합니다.
종합해보면, 시즈 이상으로 팬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가 많지만 여전히 제작진의 역량이 그걸 충분히 활용하기엔 부족한 분위기입니다. 팬 서비스 애니메이션으로 쓰려 해도 부족한 점이 많아 마지막 에피소드를 어떻게 끝낼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시즈/포위 작전' 때도 이야기 했지만, WFC 시리즈는 G1 기반 캐릭터들의 리메이크 장난감이 나온다는 것에서 이미 성공했고 애니메이션은 과분하다나는 평가를 내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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